국내 의료기기 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분야에 집중된 연구개발과 첨단기술이 접목됨에 따라 나오는 현상들이다.

신경을 살려 자연치아 보존 가능성을 높이는 제품, 몸에 붙이는 체온계, 고령자의 수술편의를 앞당긴 임플란트 고정체, 초음파 진단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원장 성시헌)은 이런 추세에 맞춰 △첨단의료기기 생산수출단지 지원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 △시스템산업 핵심기술개발 △핵심의료기기제품화 기술개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한수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본부장은 "최근 많이 회자되는 인공지능(AI), 인구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 질병없는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의료기기의 고기능화, 고품질화에 날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경을 살리는 치과 치료 = 첨단의료기기 생산수출단지 지원 사업은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의 기(旣) 구축된 첨단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체 맞춤형 개선 시제품 개발지원 등을 통한 국내 의료기기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됐다. (주)마루치는 이 사업을 통해 자연치아 보존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충치가 심하거나 씹을 때 시큰거리는 등의 이유로 치과에 가면 대부분 마취를 하고 신경을 죽이는 치료를 해왔다. 하지만 (주)마루치의 부분치수절단술은 신경을 살리는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된 이후 치과 분야에서 최초로 신의료기술로 인증받았다. 부분치수절단수술이란 기존 신경치료는 치수가 조금만 상해도 전체를 긁어내는 반면 치수의 일부분만 제거가 가능해 자기치아를 보존할 수 있다.

(주)마루치는 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연구개발, 인허가, 임상시험,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10여개국의 수출판로를 확보했으며, 매출도 급등했다.

장성욱 대표이사는 "치아의 생활력을 재생·치유하고 자연치아 보존을 위한 혁신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보유한 창의적 제품 개발에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몸에 붙이는 체온계 =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은 의료기기 수출에 필수적인 해외인증획득 지원을 통해 해외수출을 확대하고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무선 인터페이스 업체 (주)초이스테크놀로지는 이 사업을 통해 붙이는 체온계 '써모세이퍼(ThermoSafer)'를 개발해 환자의 체온을 밤새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병원에서 사용하던 무선 환자감시장치를 가정용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무선 환자감시장치는 환자의 심장 활동성, 혈압, 혈중 산소 포화도, 체온 등의 생체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해 환자상태를 관찰하는 데 쓰이는 일반적인 환자 감시 장치다.

(주)초이스테크놀로지는 이를 발전시켜 스마트기기와 연동 가능하도록 했고 블루투스 모듈형태로 개발해 일반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 발열이 심한 질병이 이슈가 되고 지속적인 체온 모니터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전염병 조기 진단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임플란트 시스템 = 시스템산업 핵심기술개발사업은 의료기기 분야의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주)메가젠임플란트는 이 사업을 통해 골 이식 없이 식립 가능한 치과용 임플란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임플란트 수술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충분한 골질인데, 고령 혹은 치아를 상실한 지 오래된 환자는 충분한 골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경우 시술로 충분한 골질을 확보한 후 임플란트 수술을 진행해야하는데 장시간 소요되고 치료비도 증가한다.

이에 좁은 골 폭에서도 식립이 가능한 최소 직경(3.00mm이하)의 임플란트 고정체를 개발해 국내허가를 취득했다. 고정체 표면은 Ca이온코팅법을 적용했다.

ca이온코팅법이란 임플란트 표면에 칼슘을 코팅해 골융합(임플란트 시술 시에 치조골과 치근 역할을 하는 임플란트가 일체화되는 것)이 잘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코팅법이다.

또 (주)메가젠임플란트는 진단 시 확보한 환자의 CT 이미지를 활용한 3차원 영상분석을 통해 가상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3D프린터로 임플란트 수술용 서지컬 가이드(Surgical Guide)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수술 정밀성을 높였다.

◆고성능 초음파 진단기 개발 = 핵심의료기기제품화 기술개발사업은 국산 의료기기 중 세계적 명품화 가능성이 있는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해 병원과 공동기술개발 등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알피니언은 고기능과 고성능을 갖춘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했다.

알피니언은 서울대병원 교수진과 임상평가를 진행하며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제품'을 목표로 기기 개발을 시작했다. 그 결과 복부 이미지(췌장종양, 신장종양, 지방간, 담낭용종, 비만환자 등)의 약점을 극복하고 선진 기업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이 만들어졌다.

한국식약품안전처(KFDA)·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인증을 획득한 후 서울대병원에 납품했고, 현재 전 세계시장에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