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km 코리아둘레길 '혈세 낭비'

2016-10-05 10:50:43 게재

도종환 의원·녹색연합 "기존 길도 관리 안돼 … 관리예산·주체 명확해야"

정부가 6월 '문화관광사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발표한 코리아둘레길 조성사업이 혈세 낭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북 청주시 흥덕구)과 녹색연합은 4일 "기존에 조성된 길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면서 "관리예산과 관리주체가 명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17일 DMZ와 동해안, 남해안과 서해안을 연결해 총 4500km의 코리아둘레길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중심으로 2018년까지 완성하고 2019년부터 임시개통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간 5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7200억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했다.
평화누리길 10구간 모습. 표시석이 뽑혀져 있다. 사진 도종환 의원실·녹색연합 제공


그러나 도 의원과 녹색연합은 지난 정부에서도 걷는 길 열풍을 타고 정부 주도의 길을 조성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도 의원과 녹색연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에 400여개소의 길이 건설됐다. 당시 1km를 조성하는 데 10억이 들어간 구간도 있고 보행자 길이 없는 국도 옆 갓길에 말뚝을 박아 도보길로 분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관리자가 없는 길은 잡초가 무성해 걸을 수 없거나 아예 길이 끊겨 있기도 하다. 산림청이 조성한 길을 제외한 대부분의 길들은 관리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다.

걷는 길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는데다 중앙 정부는 조성 이후 관리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다시피 했다는 지적이다. 도 의원과 녹색연합은 "예산이 없는 지자체가 길 관리를 위해 인력을 투자할 리 없을뿐더러 걷는 길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어 민원이 발생하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해결하기에 급급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도 의원과 녹색연합은 코리아둘레길에 포함된 평화누리길의 현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평화누리길의 경기도 구간인 파주~연천 12구간의 경우 농로나 산으로 길을 연결할 수 없는 곳은 아스팔트 옆에 좁은 자전거길을 내고 도보길을 중복시켰다는 것. 차도 옆을 지난 곳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8구간의 종점이자 9구간의 시작점에는 차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철조망이 쳐져 있으며 10구간의 경우 표시석이 뽑혀져 있다. 부산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 전체를 아우르는 해파랑길의 경우 이용자들이 홈페이지에 "길이 없어졌으니 폐쇄공지를 해 달라"는 민원을 올리는 실정이다.

'지리산둘레길'과 '제주올레길' 등 이용자가 많은 길의 경우 관리예산과 전담관리자가 명확하다는 것이 도 의원과 녹색연합의 주장이다. 지리산길은 300km를 조성하기 위해 기본계획부터 준비단계까지 합해 7년이 걸렸다. 조성 이후에도 길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해마다 수억원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곳곳에 방문자안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또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홍보하고 전담 관리자가 직접 길을 걸으며 더 나은 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도 의원실과 녹색연합은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이 관리예산과 전담관리자"라면서 "관련법을 정비하고 전국에 애물단지가 돼 방치된 길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가급적 자연지형을 활용, 자연친화적으로 길을 조성하며 지자체, 민간단체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앙 정부가 기본적으로는 총괄을 하고 기초 지자체가 각 권역의 길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며 걷기 관련 단체들의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면서 "3개년도 동안 예산을 투입, 길의 상태에 따라 각 길을 전반적으로 조성 관리하고 길을 뚫기가 어려운 지형의 경우 버스 우회, 숙박 등의 안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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