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본격화되니

비은행권 대출·악성부채 늘었다

2016-10-17 11:04:33 게재

이자율 높은 은행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170조로 늘어 … '풍선효과' 가시권

가계대출이 사상최고치를 매달 갈아치우는 가운데 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조1000억원이 늘어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9월 기준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이자율이 높은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액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정부대책 유명무실│정부가 지난 8월 25일 급증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가계부채 급증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앞에 내걸린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가계부채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실물경기 침체 장기화'란 현실 앞에 두 손을 든 형국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 사상최고치 =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4000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를 합한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257조원을 넘어섰다.

9월 가계대출 잔액은 8월보다 6조1000억원이나 더 늘었다. 추석연휴가 있는 달은 상여금 지급으로 가계대출이 평소보다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증가율이다. 또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매년 9월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어 금융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보다 4조3215억원이 늘었다. 8월 기준 월 증가액은 사상 최고치다. 상호저축은행(3493억원) 신용협동조합(7188억원) 상호금융(1조9409억원) 등 모두 8월 기준 증가액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들 2금융권의 가계부채 총액은 274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가계대출(599조원)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부실위험 높은 기타대출 급증세 = 가계대출 총액뿐만 아니라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타대출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거시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가계부채의 사각지대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지만, 한계가구나 담보력이 부족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방식이다.

7월말 기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기관의 가계대출 여신 중 기타대출 잔액은 161조1002억원을 넘었다. 비은행예금기관의 기타 가계대출 잔액이 16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은행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대출, 예ㆍ적금담보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169조7000억원으로 8000억원이 늘었다. 작년 9월 2000억원보다 무려 4배나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면서 "특히 제2금융권의 비주택담보 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은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대출 관리 강화해야" =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의 대출 부실화를 사전에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대출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이 자체적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대출규모는 6월 말 현재 39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대출증가율은 2014년 4분기부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전년 동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2014년 4분기 3.2%에서 지난해 4분기 18.5%로 상승했고 올해 2분기는 22.6%까지 상승했다.

특히 가계대출이 2015년 6월 이후 3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16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42.2%를 차지한다.

구 연구위원은 "최근 온라인·모바일 등을 통한 신용대출이 확대되고 있는데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신용위험 관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PF대출이 부실화된 경험에 비춰 볼 때 예기치 않은 외부충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격한 금융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소유·지배구조를 따져 그룹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시 감시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경영진 면담, 조사 출장, 검사 등을 할 계획이다. 대부업체는 법규 위반 가능성이 큰 곳들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현장 검사하기로 했고, 상호금융사는 올해 12월 통합 상시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잡아내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금융회사 회생·정리제도(RRP)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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