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간 찾아 주차까지 하는 자동차

2016-10-20 10:48:14 게재

운전자 습관까지 학습

건물내부 주차도 거뜬

현대자동차가 유투브 영상으로 공개한 완전자율주차(AVP· Autonomous Valet Parking)를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시연해봤다. 8월말 공개된 이 영상은 하루 만에 20만건의 조회수를 돌파했다. 그동안 연구중인 자율주행차가 간헐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으나 완전자율주차 기술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를 찾았다.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 중앙연구소 본관 입구로 이동하자 검은색 '쏘울EV(전기차)' 한대가 대기하고 있다. 옆면에는 'DRIVE WISE'(드라이브 와이즈)가 새겨 있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자율주행차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는 단순히 똑똑한 것을 의미하지만 '와이즈'는 현명함, 슬기로움을 의미한다. 단순히 똑똑함을 넘어선 자율주행을 추구하는 것이다.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중앙연구소 직원들이 웅성웅성하면서 몰려들었다. 현대차에서 손꼽히는 연구원들에게도 완전자율주차 차량은 낯선 존재다. 현대차 의왕 중앙연구소는 남양연구소 등과 달리 선행 과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곧 출시될 차량은 남양연구소에서, 앞으로 적용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의왕연구소다. 중앙연구소는 AVP 연구를 위해 2대의 전기차 쏘울을 운영중이다. 대당 가격은 2억원 가량 된다. 연구용 차량이라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데다가 상용화되지 않은 부품들이 쓰이기 때문. 차량에 1대씩 들어가는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해 사물을 감지) 가격만 개당 2500만원이다.

레이더 카메라보다 센서에 의존 =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공개하거나 상용화한 주차기술은 사람의 조작이 더해진 평면공간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입체적 공간에서 자율주차가 가능하게 했다.

현대차 연구원이 리모컨의 주차 버튼을 누르자, 차량이 주변 장애물과 보행자, 도로들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출발했다. 지하주차장 앞에서 주차 게이트가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램프로 진입했다. 램프를 돌아 중간에 요철이 있는 구간에서는 운전대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맞은편에서 차량이 올라오자 속도는 더 줄었다. 작업차량 하역장인 지하 1층 주차장을 지나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은 일방통행. 일방통행 표시를 인식한 뒤, 화살표를 따라 비어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주차 공간이 다소 여유가 있었지만 차량은 몇개 비어 있는 주차 구역을 지나친 뒤 가장 넓은 공간을 찾아 주차를 했다. 옆에 있는 승합차가 주차선을 어긴 상태로 주차를 한 상태. 쏘울은 좌우측 공간을 계산한 뒤 넉넉하게 스스로 주차했다.

전기차 쏘울로 지하주차장 완전자율주차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건물 1층 로비에서 출발해, 지하 주차장 램프를 거쳐, 주차공간을 스스로 계산한 뒤 주차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소속 연구원은 조수석에 앉고 자율주차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사진 민원기


연구원이 리모컨으로 출차버튼을 누르자 스스로 시동을 걸고 차량을 감지해 스스로 피하더니 중앙연구소 1층 로비까지 거침없이 올라왔다. 주차를 할 때는 비상등이 켜졌지만 출차에는 비상등이 켜지지 않았다. 속도도 더 빨리 지상으로 홀로 나왔다. 평행주차나 사선주차, 직각주차, 전진·후진 주차도 가능했다.

이전까지 가장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차 '파킹 파일럿'도 평면에서의 주차, 출차다. 사람이 조작을 하거나 자율주행을 하다가 주차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주변 공간을 계산하고, 사람이 택하는 공간에 주차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차 타워 등 건물 실내로 스스로 들어가지 못한다.

현대차 완전자율주차는 건물 내부, 지하, 주차타워 등을 스스로 이동한 뒤 주차가 가능하다. 기존 자율주차가 2차원이라고 한다면 이 기술은 3차원이다. 현대차가 완전자율주차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클라우드 서버에서 지도 공유 = 완전자율주차 기술은 박쥐와도 같다. 박쥐는 칠흑 같은 어둠에도 날아다니는데 이 차량도 박쥐처럼 초음파를 통해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찾아낸다. 여기에 현대차는 슬램(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을 응용했다. 슬램은 위치추적 및 지도 작성을 동시에 하는 기술이다. 주변 환경의 지도를 스스로 작성하며 현재 위치를 측정한다. 새로운 장애물은 지도에 반영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선은 운전자가 주차한 경험이 있는 실내 공간에서 완전자율주차가 가능하다. 한국에는 아파트나 대형빌딩 등 실내 주차공간이 많다. 내비게이션이나 정밀지도 제작 업체는 기존 도로의 정밀 지도를 제작할 수 있지만 실내 주차장 정보까지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 건물 내부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지도 제작업체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차량이 스스로 지도를 그리게 한 것이다. 이러한 지도는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돼 필요할 때마다 꺼낼 수 있고, 이용자들 사이에 공유도 가능하다. 물론 자주 방문하는 집이나 회사 주차장 지도는 차량 컴퓨터에 상시 보관한다.

시험 주행 내내 조수석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차량이 감지하는 장애물과 차량 보행자 등을 파악해 지도가 그려졌다.

여기에 초보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운전자의 습관을 응용한다. 예를 들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운전할 경우 장애인 주차공간을 찾고 승하차 공간을 여유 있게 계산한다. 짐을 자주 내리는 자영업자라면 후진주차보다 전진주차를 하는 식이다.

내년 말 선행연구 마무리될 듯 = 종전에는 대형 승용차 위주로 신기술을 적용했지만 소형차인 쏘울은 의외다. 현대차 관계자는 "큰 차에 다양한 기술을 탑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작은차가 더 어렵기 때문에 소형차에 적용했다"며 "완전자율주차는 대도시에 맞기 때문에 소형차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완전자율주차 기능을 전기차에 우선 적용했다. 내년에는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차량에도 적용을 검토중이다.

일반적인 자율주행차가 레이더나 라이더, 카메라, 센서에 의존하지만 완전자율주차 기술은 레이더나 카메라 의존도를 줄였다. 사이드 미러에 자리잡은 카메라는 주차선 인식에만 쓰인다. 룸미러에 있는 카메라는 자율주행용이다. 주로 센서에 의존해 최적의 주차공간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카메라의 경우 실내 공간에서 각종 조명 등에 의해 간섭이나 왜곡효과로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조수석에는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모니터가 달려있고, 트렁크에는 자율주행과 자율주차를 돕는 컴퓨터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현대차 중앙연구소 관계자는 "내년 말즈음 선행연구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한국에서 안정화되면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완전자율주행 및 완전자율주차 핵심은 센서인데 국내 센서 제조 기술 수준은 낮은 편"이라면서 "센서와 라이다 카메라 등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가격의 차량을 내놓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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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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