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머니, 채권 → 주식 '대이동'

2016-12-30 10:33:32 게재

국제금융센터 분석결과

"미 금리인상 등 영향"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규모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11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채권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주식펀드의 돈은 빠져나오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채권에서 빠진 자금이 주식으로 유입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자금은 올해 1~11월 채권펀드에 2227억달러(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기준)이 유입되고, 주식펀드에서 1112억달러가 유출됐다. 하지만 이달 들어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월(1~21일) 글로벌 자금은 주식펀드에 205억700만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채권펀드에선 89억9000만달러가 유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채권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세계적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산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에도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미국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달 주식펀드 자금유입은 북미주식펀드에만 189억6500만달러가 집중됐다. 반면 신흥국주식펀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자금유출 비상이 걸렸다.

한편 미국이 정책금리를 조정한 뒤 펀드의 투자자별 특성과 투자상품 등에 따라 자본유출입이 각기 다르게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한국은행 이지은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내고 "미 연준의 금리 변동은 특정 펀드를 중심으로 자본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금리 인상 또는 인하가 있었던 주에 해외투자자의 자본유출이나 유입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본유출입을 유발하는 다른 요인이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경우 미 연준 정책금리가 조정된 주에 소폭의 자본 유출입은 일시적으로 나타났으나 지속되지는 못했다. 채권시장은 정책금리 조정이 나타난 주에 자본유출입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정책금리 조정 시 발생하는 외국인 자금유출입은 펀드별 특성에 따라 나타난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실제 해외펀드 투자자를 국적, 투자방식, 투자규모, 투자대상 등으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 펀드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 정책금리가 변하면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국적의 투자자, 수동적 투자전략의 투자자, 기관투자가의 자본 이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가 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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