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다육이랑 천년초와 사랑에 빠졌어요~”

2017-01-13 11:02:48 게재

[에버그린 농장 임병주·오연희 부부]

고양시의 매력을 꼽으라면 아파트가 밀집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전원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영하의 날씨도 아랑곳없이 초록빛의 다육이가 온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동 ‘에버그린 농장’(이하 에버그린)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도심에서 벗어나 차로 2~3분 달리다 만난 하우스의 문을 열자 후끈한 온기가 느껴지는 다육이 농장. 그곳에는 다육이랑 천년초 사랑에 푹 빠진 임병주·오연희 부부가 있다.

포장재 납품 사업 하다 선인장 농장으로 전업
다육이와 천년초 전문농장인 ‘에버그린’의 주인장은 임병주, 오연희 부부. 지금이야 자타공인 고양시의 선인장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19년 전 처음 선인장 농장을 시작할 때만 해도 초보 농사꾼이었다. 
부부는 원래 남대문 시장에서 포장재료 도매업을 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자리를 잡았지만 도매시장의 특성상 밤낮이 바뀐 생활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기도 했고요. 때마침 시장의 유통 구조도 도매시장에서 백화점 등 직영매장 등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접목 선인장과 인연이 닿은 거죠.” 지인이 운영하던 접목 선인장 농장에 놀러갔을 때 초록색 선인장에 빨갛고 노란 선인장을 접목해 하우스 안에 일렬로 서있던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였었다는 오연희씨. “당시에는 우리 부부가 선인장 농장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하우스 안의 풍경이 그리 예뻐 보였던 건 아마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웃는다.

 

시행착오와 실패 딛고 선인장 전문가로~
부부가 세계 선인장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고양시로 터전을 옮겨 왔을 때는 막 일산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서울에서 오래 살았고 또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도 학교를 옮겨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교육여건도 나쁘지 않았고 또 도심과 가까우면서 농장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라 지금 이 자리에 터전을 잡게 됐어요.”
하지만 초보농사꾼인 부부에게 농사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외관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모르고 있다 출하시기에야 발견돼 낭패를 보기도 여러 번. 이런 시행착오와 몇 번의 실패를 겪다보니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고 빚까지 지게 됐다. “너무 막막해서 별 나쁜 생각을 다해 봤던 시기였어요.” 남편 임병주씨는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부부는 선인장과 다육이 모아심기로 7~8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이 역시 좀 힘들었는데, 수입 종으로 국내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국내종의 매출도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접목 선인장이 활황이었다가 지금은 잠시 또 주춤한 상태예요. 원래 화훼 농업이 유행을 타고 굴곡이 심한 업종이라 지금 잘 된다고 오래 간다고 보장을 못합니다. 그래서 늘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모색해야 하는 일이죠.”

 

고양시 최초로 농촌 융·복합 산업(6차 산업) 인증 받아
농장 일을 하면서도 부부는 함께 농협대학에서 농업전문 경영인 과정을 이수하고 친환경 농사법과 온라인 활용 마케팅 관련 강연을 찾아다니며 미래를 위한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남편 임병주씨는 그동안의 재배 노하우를 바탕으로 뜻을 같이하는 다섯 농가가 모여 2006년 ‘손바닥선인장영농조합’(http://cjssusch.modoo.at)을 설립했다.
그러는 사이 부부는 다육이 외에 천년초(손바닥 선인장)에 빠졌다. ‘손바닥 선인장’은 한국 토종 선인장으로, 일반 선인장과 달리 영하 25도의 혹한에서도 월동이 가능한 다년생 식용 식물이다. 1,000가지의 병을 고친다 하여 ‘천년초’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손바닥 선인장은 골다공증, 류머티즘 관절염, 고혈압, 당뇨, 기관지천식 등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뿌리와 줄기에는 관절염 등 염증 완화 효능이 있고 보라색 열매는 기관지 천식과 갱년기 증상 개선 효능이 있다고 한다.
“손바닥 선인장 농사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100% 친환경 무농약으로 노지 재배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잡초를 뽑는데 인건비가 수익보다 10배는 더 들더라고요. 농사만 지어서는 도저히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아 대책이 필요했어요.” 고심 끝에 남편 임병주씨는 고양시농업기술센터와 선인장연구소, 고려대학교와 연계한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14년 4월 식품사업부를 설립했다. 설비를 갖추고 천년초 선인장을 원료로 해 직접 가공, 판매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농촌 융·복합 산업(6차 산업: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표준 모델로 인증 제도가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부부는 고양시 1호로 신청해 인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남편 임병주씨는 2014년 각 품목에서의 최고 1인을 매년 10명 안쪽으로 선정하는 ‘경기도 CEO 농업 경영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부부가 운영하는 ‘에버그린 농장’에서는 종자를 분양해 주변 농가를 중심으로 수매해 가공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천년초의 효능을 더 알리기 위해 가공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을 지금보다 2~3개 정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는 임병주 오연희 부부. 온실 안의 온기만큼 따뜻한 부부의 선인장 사랑이 아름답다.
에버그린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천년초 분말, 천년초 파우치, 천년초 호두과자, 천년초 발효액 등으로 고양시 로컬푸드 매장과 온라인 택배 주문으로 구입할 수 있다. 블로그 ‘천년초소녀 에버그린’(http://blog.naver.com/dusgml6077)을 운영하면서 천년초 보급에 나서고 있는 아내 오연희 씨는 농장을 개방해 다육이 심기나 선인장 가루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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