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신년 인터뷰│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대통령 없어도 주민생활 큰 변화 없어"

2017-01-19 10:33:35 게재

중앙정부 지붕에 구멍, 지자체 이불 두텁게

복지재단·장학재단으로 지역사회 안정 꾀해

"중앙정부가 지붕이라면 지방정부는 이불이에요. 지붕에 구멍이 생겼는데 당장 수리를 못한다면 어쩝니까. 이불을 더 두텁게 덮어야죠."

성장현(사진) 서울 용산구청장은 "대통령이 있거나 없거나 주민들 실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고 자신했다. 탄핵정국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상황실처럼 공직사회를 통한 준비는 기본.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에게서 성숙된 국민의식과 어려움을 함께 이기겠다는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는 목걸이든 반지든 팔아 IMF 졸업만 하면 된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달라요. 총을 든 건 아니지만 전시상황이에요."

구 차원에서 지역안정 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비상근무 체계를 갖췄고 소외계층 생활안전이나 중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 등 서민경제 침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사장 안전관리나 대형 화재 방지 등 안전, 관련 기관들과 협력한 치안질서 등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지역을 지탱하고 있다.

주민들은 예상을 뛰어넘어 한발 더 앞섰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을 찾는 국민들뿐 아니라 용산동 국방부 앞 시위대를 대하는 주민들을 보며 한층 성숙된 국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성 구청장은 "보수단체가 계엄령이나 삼청교육대를 외치는데 불안감에 떨지도 않고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느냐 따지지도 않는다"며 "'말이 아니면 탓하지 마라'는 선현 말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경제 침체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가 더해졌지만 주민들은 이웃을 위해 주머니를 열었다. 매년 겨울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를 받고 있는데 이번 겨울에는 일찌감치 목표치를 넘긴 곳이 많다. 성장현 구청장은 "2014~2015 겨울에는 목표 달성도 못했는데 올해는 마감이 한달 이상 남았는데 목표치 120~130% 모금한 동이 여럿"이라며 "쌀 연탄 김치로 겨울나기 채비하듯 준비됐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100억원을 목표로 추진한 복지재단도 예기치 않은 보험이 됐다. 밥·옷이 없어 추위에 떠는 주민이 없도록 지난해 6월 출범했는데 올해 60억원까지 재원이 확보된다. 성 구청장은 "1구좌에 5000원씩 1만 구좌를 목표로 했는데 6개월만에 5000구좌 이상 후원자를 확보했고 1억2000여만원 일시후원금도 받았다"며 "연간 3억6000만원 가량 들어오는 만큼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장학재단도 올해 목표 기금 4/5 수준인 80억원까지 채울 예정이다. 그는 "함께 잘 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주민들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당장 기금으로 선심행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사회 미래를 위한 보험처럼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그 성과에 더해 어린이·청소년종합타운을 중심으로 한 미래세대 돌봄, 유관순 안중근 이봉창 등 독립투사와 효창원 순국선열 등 역사사업, 전통공예문화체험관을 통한 전통과 일자리 챙기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지방자치 역사만큼 성숙된 주민들을 위한 '새 그릇'이다. 복지 보육 교육 등 주민생활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재정부터 교통 치안 등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는 "지방분권이 국민들을 신명나게 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바꿀 준비가 돼있다"고 단언했다.

조기 대선에서 이같은 신호를 알아차릴 지도자가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은 "국민들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열심히 일하면 대가를 얻는 삶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후대까지는 아니라도 자녀의 시선에 두려움을 갖고 일하는 지도자였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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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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