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앞에 자신 있게 선 영어 연설자를 꿈꾸다

2017-02-20 23:15:27 게재

[영어스피치 모임 ‘분당 토스트마스터즈’]

운명을 달리한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많은 사람들이 극찬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은 잘해도 프레젠테이션 하는 건 어렵듯이, 영어 원어민도 모두가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진 못한다. ‘분당 토스트마스터즈(BDTM, Bundang Toastmasters)’는 영어로 대중연설 능력과 리더십을 함양하는 모임이다.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도 힘든데 스피치를 한다니 대단한 능력자들의 모임이 아닌가.

영어 대중연설 능력과 리더십이 모임 미션
‘토스트마스터’란 ‘회의진행자’ 또는 ‘연사’란 뜻으로 대중연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NPO)이다. 1924년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 세계 116개국 2만여 개 클럽, 회원 수는 28만 명에 육박하는 큰 조직으로 한국에는 70여개의 모임이 구성돼 있다고 한다.
모임은 주로 지역 클럽 단위로 진행되며 1년에 2차례 전국 규모의 스피치 콘테스트와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분당 모임은 2011년부터 처음 시작해 2012년 10월 정식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현재 분당 토스트마스터에는 30~40명이 등록돼 있고 현재 29명이 활동 중이다.

모두가 리더이며
역할이 바뀌어 서로에게 배운다

2월 2일 오후 7시 30분, 서현동 스터디카페 토즈 세미나실에는 16명의 멤버가 빼곡히 모여 있었다. 매주 모임은 2시간가량 진행되는데, 미팅 스케줄 페이퍼에 이 날의 주제와 시간대별 진행 순서, 역할 분담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분당 토스트마스터즈 회장인 이효진씨가 모임의 포문을 열었고, 오늘의 토스트마스터(진행자)인 조경필씨가 선정한 ‘토스트마스터즈의 새해 계획과 결심’ 주제를 소개했다. 모임의 핵심인 즉흥 연설과 사전준비 연설이 전개됐고 모든 발표가 끝난 후에는 평가자들이 발표와 우수 발표자 리본 시상도 어어졌다.
“저희 모임이 롱런하는 이유는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선생님이나 리더가 없는 대신 모든 사람이 리더이며 역할을 바꾸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대중연설 능력의 향상’이라는 공통목표 의식이 있으면서 같은 지역에 거주해 결속력이 더 강합니다”라고 이효진 회장이 모임을 소개했다.

  
  

주도적인 참여의식이 가장 중요해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역할 분담이 흥미로웠다. 진행자인 토스트마스터를 비롯해 총괄 평가자(General Evaluator), 불필요한 말을 세는 사람(Ah&Vote Counter), 스피치 제한시간을 체크해주는 타이머(Timer), 잘못된 문법을 정정해주는 문법가(Grammarian), 즉흥 연설 진행자(Table Topic Master), 유익한 단어와 표현에 대한 짧은 발표를 하는 사람(Word & Quote Master) 등 이날 참석자 대부분이 역할을 맡아 충실히 준비해오기 때문에 모임 진행이 매우 알차고 매끄러웠다.
“학원처럼 커리큘럼을 짜서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역할은 매주 바뀌며 진행되죠”라고 토스트마스터를 맡은 조경필씨가 설명했다.

완벽한 영어실력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열정 환영

‘대부분 한국어보다 영어가 익숙한 네이티브 스피커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들 중 영어권 국가 거주자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장현정(분당 서현동)씨는 영어를 배우려 모임을 찾게 됐다고 한다. “활동하면서 영어 표현도 배우지만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으며 스피치를 잘하는지와 소통하는 법을 가장 많이 배웁니다”라고 말했다.
박태진(수내동)씨는 4년 전 지인의 소개로 클럽에 가입했다고 한다. “40년 가까이 영어공부를 안 해서 낮은 등급에서 시작했는데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끝까지 남았습니다. 빼어난 영어실력보다는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의지와 열망이 있으면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조경필(서현동)씨도 처음에는 영어 표현이 힘들었는데, 굴하지 않고 지속하니 실력이 많이 늘었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예전 모습과 비교하며 달라지는 모습에 스스로 즐기고 만족하면 되죠”라고 강조했다.
이인희(분당동)씨는 아내로부터 매주 목요일 모임을 보장받기 위해 퇴근 후 세 아이 육아와 집안일에 헌신한다. “직장 상사의 소개로 나오게 됐는데 영어로 대화하니 수평적인 관계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어휘가 많이 부족하지만 끊이지 않고 말하는 것이 저의 필살기입니다. 어휘를 많이 안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영어 발표를 통해 자신감과 삶의 활기를 찾는 토스트마스터즈 멤버들. 나이를 불문하고 배우고자 하는 그들의 자세와 열정은 본받고 싶은 모습이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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