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2017-03-09 10:23:35 게재
헌법 전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 3.1운동과 4.19혁명에 대한민국의 뿌리를 두는 역사 인식이다. 그런데 바로 이 두 가지 역사적 사건에 청소년들이 주역으로 함께했다는 점은 잘 기억되지 못한다.

3.1운동에서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만세시위를 벌이고 동맹휴학을 했고, 운동이 시작하고 확산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4.19혁명에서 2, 3월부터 시위에 나선 것은 고등학생들이었다. 희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3.1운동에서는 그 유명한 유관순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들이 다치고 희생됐다. 4.19혁명에서도 갓 고등학생이 된 김주열의 죽음이 중대한 계기가 됐고, 김주열 외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국가의 폭력 앞에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부터 반장까지 직선제로"

1987년과 그 전후의 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했고, 그 해 12월에는 고등학생들이 노태우 당선에 항의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다. 당시 고등학생운동은 "대통령부터 반장까지 직선제로" 등의 요구를 내걸고 학교 민주화와 사회 변혁을 위한 운동을 벌였다. 그들은 '고등학생들은 사회적·교육적 환경에 의해 그 정치적 능력을 억압당해 왔으며, 고등학생도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에 있는 5.18 광주에도 청소년 참여자들의 모습이 있었다. 예컨대 지금 옥고를 치르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5.18 때 고등학생 시민군 출신이다. 경제 개발의 역사 속에서도 많은 청소년들이 노동자로 일했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며 노동운동을 하기도 했다. 소위 '1987년 체제'는 청소년들도 함께 만든 역사 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나라이고 민주주의였지만, 청소년들은 민주주의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의견이 무시당하고 '말대꾸'로 폄하당하는 모습을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청소년들은 시민이 아니라 학생이나 자식, '미래의 예비 시민'으로나 여겨진다.

10대 이하의 청소년들은 단지 선거권·피선거권을 제한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당 가입도 선거운동도 금지되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집단행동이나 정치활동, 언론·표현의 자유를 금기시하는 제국주의·독재 시절의 규칙들을 고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러한 역설이 드러난 것이 바로 '18세 선거권'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도 많은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는 18세 선거권 논의가 불거졌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아직 미성숙해서 안 된다거나 학생들이 정치에 휩쓸려서는 안된다는 식의 반대 의견은 굳셌다. 당장의 시국을 봐도 그렇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참 군색한 반대 논리이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활동은 거의 항상 존재하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들의 지극히 민주주의적인 행동을 굳이 부인하는 것은 우스울 정도이다.

청소년의 정당 가입 및 정치 활동 보장

18세 선거권은 10대 청소년들 중 극히 일부라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청소년 참정권이 확대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청소년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촛불의 의미를 살리려면, 청소년의 정당 가입 및 정치 활동 보장, 학교 등에서의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철폐 정도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를 말하는 만큼이나, 교과서 선택을 비롯하여 학교 운영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공현 '우리는 현재다'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