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부터 갖은 야채까지 종합선물세트

2017-03-16 11:16:05 게재

문정동 로데오 거리 인근에 위치한 야곱 293. 테이블 수도 적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자그마한 맛집이지만 영업이 시작되면 홀 안이 손님들로 가득 찬다. 여심저격하기에 딱 좋은, 깔끔한 곱창과 어울린 다양한 색깔의 야채가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여심을 간파한 비주얼 좋은 곱창 한 판
고3이라 입시 스트레스로 힘든 딸과 단둘이 찾은 곱창집. 오랜만에 서로 쌓인 회포를 풀며 둘 만의 대화시간이 필요했다. ‘맛있게 먹으면 칼로리 제로!’ 라는 말을 위안 삼아 기분 좋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퓨전 곱창집.
야곱 293. 한우곱창구이 맛집으로 알려져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위치는 문정동 로데오 거리 뒤편이라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가게 입구에 들어 선 고3 딸이 내뱉는 한마디. “우와! 아저씨들이 가는 곱창집 같지 않고 무슨 바에 온 것 같아!” 벽면 곳곳에 걸린 장식품이나 분위기가 세련된 느낌. 4명이 앉을 수 있는 둥근 테이블이 8개가량 있는 가게 안은 아담하고 깔끔하다. 실내 분위기는 취향 까다로운 여고생에게 합격점을 받아 같이 간 나도 안심.
오후 5시 영업이 시작되니 삼삼오오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야곱스페셜. 초벌구이 된 곱창과 화려한 색이 조화를 이룬 야채 한 판이 테이블 불 위에 놓이자 아이가 감탄하며 하는 말. “대단한걸. 너무 먹음직스럽고 예뻐 보이네. 완전 종합선물세트군!” 아무래도 곱창 한 판을 사이에 두고 까칠한 여고생과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소스와 어울리는 맛깔난 야곱스페셜
야곱 293의 소소한 매력은 주 메뉴가 나오기 전 서비스되는 미니라면과 육회에 있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살짝 요기만 하라고 김치와 버섯, 햄이 어울린 라면과 달콤하고 육질 좋은 육회가 나와 입맛을 돋운다.
연이어 나오는 화려한 야곱스페셜 한 판에는 20가지가 넘는 먹을거리가 가득 들어 있다. 당일 바로 받아서 손질한 염통, 곱창, 대창, 막창이 나온다. 또 소시지와 새우, 살짝 양념이 가미된 떡, 김치, 부추, 감자, 버섯, 마늘, 양파, 토마토, 브로콜리, 파인애플, 당근, 아스파라거스, 사과까지 종류를 세어 가며 다양하게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름진 곱창에는 간장과 고추, 식초가 버무려진 새콤달콤한 소스를 찍어 먹고 소시지나 떡, 야채 등에는 갈릭허니소스를 찍어 먹어도 맛있다. 식감이 다양하고 야채가 많아 기름지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먹는 내내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라탕과 계란볶음밥은 필수 코스
야곱스페셜을 다 먹고 난 후 남은 재료로 그라탕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계란과 날치알, 김가루가 어우러진, 주인장이 직접 볶아주는 계란볶음밥 역시 야곱 293의 필수코스. 메뉴 개발을 직접 하고 2년째 야곱 293을 이끌고 있는 박단 대표는 “곱창은 호불호가 있는 음식이라 손님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친구와 함께 꾸준히 개발해 퓨전식 곱창메뉴를 선보여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다”며 “곱창은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보양식품이라 피부미용과 피로회복, 기운을 돋우는데 좋다”고 말했다.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까지 더해지니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잘 먹고 난 느낌. 고3 수험생의 스트레스도 고3맘의 불안한 마음도 다채롭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던 시간이었다. 다가올 겨울에는 대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야곱 293에서 야곱스페셜에 맥주 한 잔 함께 나누자고 약속하며 아이와 함께 문을 나섰다.

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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