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재도전 가능한 사회를"

2017-03-17 10:08:34 게재

기업회생협회 '대선주자 간담회' … 연대보증 금지 법제화 등 요구

사업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이 대권주자들에게 재도전 생태계 구축을 주문했다.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재도전 기업들과 대선주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재도전 기업인과 대선주자로는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재도전 기업인들은 재도전 정책 통합 부처 신설, 위기기업 지원 특별법 발의, 회생지원펀드 조성 등을 대권주자들에게 요청했다.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은 "성실히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도 최장 15년까지 신용 사면이 안된다.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연대보증 금지의 법제화'를 주문했다. 현재 기업 대표의 연대보증 금지법안은 국회에 발의돼 있다.

'재도전 정책 컨트롤 타워' 필요성도 제기됐다. 재도전 정책은 현재 중소기업청에서 관장하고 있다. 타 부처는 재도전 정책이 없거나 관심이 없다는 게 재도전 기업인들의 평가다.

유 회장은 "수출보험공사의 경우 수출을 장려하면서도 재도전 기업이 어렵사리 수출 계약을 따도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회생을 졸업한 갑산메타 김태헌 대표도 "기업이 회생인가를 받더라도 자재구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재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회생기업에 제일 필요한 것은 운전 자금과 보증서"라고 호소했다.

열교환기용 메탈 베어링용 소재를 생산하는 갑산메탈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2011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회생 인가를 받은 후 4년간 원재료 구입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금융권은 외면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지원받은 3000만원이 회생의 밑거름이 됐다. 올해 초 정부 투자기관인 유암코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게 된 계기였다.

김 대표는 "회생 인가 직후 이런 지원이 이뤄졌다면 훨씬 빠른 속도로 회사는 정상화 됐을 것"이라며 "재기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만 볼 게 아니라 미래 가능성을 평가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올해 회생 전문 법원이 생겼다.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통한 원스톱으로 지원해 회생 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도전 기업 지원체계가 정부자금에만 국한돼 있어 민간투자자자금과의 연계가 쉽지 않고 이를 연계할 체계적인 시스템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업회생협회 관계자는 "해외 선진 창업국가들은 실패 경험을 창업 중요 요소 중 하나로 성공경험과 대등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며 "무수한 실패와 재도전 과정이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의 좌장을 맡은 유종일 KDI 교수는 "실패한 기업인을 일으켜 세워 선순환 경제구조에 이바지 하도록 재도전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실패도 경험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면서 "한번 넘어지면 평생 실패자로 낙인찍는 사회풍토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회생법원 출범과 더불어 현재 시행중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지금보다도 더 대폭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회생지원협회는 "추후 다른 대선주자들과 정책간담회도 개최해 중소기업 및 재도전기업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재도전과 패자부활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청이 2010년부터 5년간 재창업 지원 기업 685곳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재창업자금 지원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도전 기업의 3년간 생존율은 80%에 이른다. 2010년에 지원을 받은 15개 기업 중 여전히 11개 기업이 살아남아 5년 후 생존율은 73.3%로 조사됐다.

반면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신생 업체는 84만700곳으로 3년 후에는 38%인 32만1800여 곳만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창업한 전체 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0.9%에 불과했다. 재도전 기업의 생존율이 전체 창업기업 생존율의 2배를 웃도는 셈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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