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대출도 충당금 또 쌓으라니 …"

2017-03-22 11:31:21 게재

금융당국, 대출규제에 상호금융권 반발 거세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 상호금융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담보가 있는 정상대출까지 상호금융기관에 추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면서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방안'에는 2억원 이상 일시상환대출 또는 다중채무자대출로서 '정상 및 요주의 이하' 대출에 추가 충당금 30%를 적립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들은 현재 정상으로 분류된 일시상환 5억원 대출에 대해 1%에 해당하는 대손충당금 500만원을 적립하면 된다. 하지만 금융위가 발표한 방안이 시행되면 대출금 5억원의 1.3%에 해당하는 650만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에 대해서는 고위험대출의 범위를 '담보가 있는 정상대출'까지 확대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분할상환이 아닌 일시상환의 위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주의 대출이 아닌 정상대출인데다,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담보를 통한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은 크게 떨어진다.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호금융권에만 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수도권 신협조합의 한 관계자는 "정상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1%도 안된다"며 "정상대출에 쌓는 1%의 충당금에 또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하라는 것은 가계대출 영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역 새마을금고의 한 이사장은 "가압류나 가처분 등 채권에 후순위가 붙기만 해도 충당금을 20% 쌓으라고 해서 지난해 충당금 폭탄을 맞았다"며 "결산을 하면 무조건 손실이 나게 됐는데 이번에 정상대출까지 추가 충당금을 쌓으라고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들의 필요자금은 커지는데 돈 빌릴 곳이 막히면 결국 사채업자를 찾고 더 음성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그런 당연한 이치를 왜 모르느냐"고 말했다.

지역 사회와 밀착돼 있는 상호금융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의 한 농협조합장은 "정부의 제재가 사업을 계속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도시에서 농촌을 돕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지역활동을 활발히 하는 상호금융권이 충당금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상호금융권의 불만의 목소리를 이해할만 하다"며 "가계대출 증가를 강하게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가 충당금 방안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니고 감독규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계 기관들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는 만큼 의견을 들은 뒤에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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