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상압박, 다자규범 활용해 대응"

2017-03-24 10:43:55 게재

'트럼프 통상정책' 세미나

"기술적 시장지배력 필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양자 간 통상협상에서 실리를 챙기면서도 다자간 무역규범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교부와 한국국제통상학회 주최로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정무·경제·지정학적 함의' 세미나에서 국내 통상분야 전문가들은 양자협상을 통한 압박으로 흐를 미국의 새 무역기조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보통 통상정책 하면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데, 앞으로는 양자 관계를 어떻게 잘 구축하고 협력을 이뤄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별도로 움직이는 공적개발원조(ODA)정책이나 경제협력정책을 통상정책과 조화시키면서 양자간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실리를 효과적으로 끌어낸다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통상기능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미국이 투자확대를 요구하는데,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미국의 대한국 직접투자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미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 바가 상당하다"면서 "실용주의 관점에서 떳떳하게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 목소리를 높일수록 국제규범의 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최석영 전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한국 같은 중견국가가 힘에 의한 양자주의가 횡행할수록 의지할 수 있는 건 결국 다자규범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대사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라와 세력을 규합해서 '트럼피즘'(Trumpism,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를 뜻하는 신조어)의 세력을 약화시키거나 다자규범을 따르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 정치적 지지도가 낮은 트럼프 정부가 보호주의 정책을 고집하게 되며 국제적 고립으로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면서 "WTO 등 다자주의 틀을 활용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압력을 가하는 게 가장 효율적 수단"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아울러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지는 것이 '궁극적 해법'이라며 "주력산업과 4차산업혁명 등 미래산업에서 기술적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장벽이 미칠 영향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기술적 시장지배력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힘을 통한 통상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는 우리도 통상정책과 외교정책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좀 더 효과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석영 전 대사는 "미국이 국제규범보다 국내법을 역외에 적용하려고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우리의 통상정책과 외교정책이 더욱 통합적으로 나타나야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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