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추천하는 오늘의 책 │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인간만이 가진 능력 '질문하는 힘'

2017-03-24 10:13:56 게재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1만5000원

"AlphaGo resigns." 이세돌 VS 알파고, 그 세기의 대결이 남긴 질문들을 마주한 게 바로 1년 전. 알파고의 기권 메시지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기억이 선명하다. 인간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사실은 하지만 그리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인간이 이미 수없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고 실감한 즈음이었다.

그리고 1년, 그동안 인간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하루가 다르게 로봇과 인공지능의 몫으로 대체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법률 자문을 하고 바둑을 두며 심지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까지 한다. 전 세계의 연구소와 언론 등은 '10년 이내 없어질 직업' 목록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위임할 수 있는 기능과 일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가 반복적이고 고된 업무로부터 해방되어 여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결코 위임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 직장은? 전공은? 장래희망은? 호기심과 불안을 함께 던져주는 지능형 로봇,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은 무엇일까? 아니 우리의 생존을 위해 익혀야 할 '능력'과 개발해야 할 '지능'은 무엇일까?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IT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기술과 사람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방도를 모색해온 디지털 인문학자가 내놓은 우리 시대의 질문들이다. 저자는 인공지능 로봇 시대라는 문명사적 전환에 대해 거대한 물음을 던지기보다 내일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을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10가지의 질문들이 엮어낸 미래에 관한 생생한 지도는 새로운 기술 정보와 떠오르는 이슈에 대한 파편적 접근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거시적 안목과 실질적 교양을 제공한다. 저자 구본권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기능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직업적 생존과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시인 메리 올리버의 말을 빌려 말한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글에서 사랑하는 능력을 감정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호기심으로 보고 이 두 가지야말로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본다. 그의 대답이 정해진 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기능을 찾아 헤매는 이 책이 조그마한 이정표의 역할은 하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레 권해본다.

강태영 도서출판 어크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