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박근혜 동정론'은 왜 가라앉나

2017-03-28 11:17:03 게재
이번 대선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던 '박근혜 동정론'이 예상보다 미미하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박근혜 동정론을 이른바 '샤이보수' 결집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여겼다. 박 전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그를 가엾게 여기는 지지층이 뭉치고 결국 보수 대선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을 앞둔 3월 초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차라리 기각보다 인용이 낫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수의까지 입게 되면 대선민심이 요동을 칠 것"이라며 기대감마저 보였다.

한국당만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박 전 대통령 탄핵·구속여부를 대선의 주요변수 중 하나로 보고 판세예측에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탄핵결정 이후에도 동정론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일부 극렬 세력들의 '난동'과 여기 편승한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의 언행만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다음주인 14~16일 갤럽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인 1%p가 올라 12%, 보수진영 후보 지지율은 다 합쳐서 10%를 턱걸이했다. 21~23일 조사에서도 한국당은 1%p 오르고 보수진영 후보는 도합 9%에 그쳤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 발표 후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여론조사를 봐도 '호위무사' 김진태 의원이 분발하는 정도지, 보수표심이 들썩인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이 수의를 입든 포승줄에 묶이든 대선정국과는 이미 무관해진 게 아니냐는 냉소도 나온다.

'샤이 보수'를 이처럼 깊은 침묵에 빠뜨린 것은 박 전 대통령 자신이라는 게 한국당 안팎의 해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특검수사 과정에서 책임을 지려는 자세도, 국민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잘못 없다'며 사법기관과 정치권을 탓하는 태도를 보여 국민적 공분이 커졌다. 탄핵, 검찰 출석 때 역시 국민들에게 '반성'과 '통합' 없는, 피의자로서의 메시지만 던져 지지층의 실망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한국당 경북지역 의원은 "박근혜 동정론은 보수결집의 촉매가 될 수 있었지만 갈 수록 가라앉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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