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 실장

"노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선 파악"

2017-04-05 10:14:42 게재

정기 수요조사 시급

함께 하기·세대통합 필요

'문화매개자' 역할이 핵심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정기적으로 노인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여가·문화 관련 수요조사가 포함됩니다. 그러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노년층이 정말 원하는 것을 알고,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세분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조사가 필요합니다."

3월 31일 서울 한국문화관광연구원(문광연)에서 만난 윤소영 문광연 문화여가정책연구실 실장의 설명이다. 노인 여가·문화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윤 실장은 노인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여가정책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수요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들려줬다.

노인을 위한 여가정책이 왜 중요한가.

노동 중심으로 50대까지 살았다면 이후의 삶은 여가로 채우면서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애주기적 관점이다. 문화나 여가 관련 경력과 경험이 전혀 없다면 노후에 시간이 있어도 이를 실천할 수 없다. 때문에 생애주기 초반부터 이와 관련해 준비를 해야 한다.

다만 이런 준비를 하지 못한 지금의 노인들을 위해서는 이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 정책을 수립해 여가를 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대상 여가정책은 아직 시작단계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창의적 노화를 위한 국립센터(National Center for Creative Aging)'에서 고령층 여가정책에 대해 국가 단위에서 관장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주관하는 '노화에 관한 백악관 컨퍼런스(White House Conference on Aging)'도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노인 대상 여가·문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체부는 MB정부 때 100세 시대 논의가 나오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2015년부터 포럼 등에서 본격적으로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만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가·문화정책은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정책을 펼치려면 수요조사가 필수인데.

제3차 기본계획에서 여가·문화 관련 수요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2016년에 이뤄지지 않았다. 노인들을 집단으로 보지 않고 세분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조사가 필수다.

한 지역의 지역발전연구원 관계자가 '노인들이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콜라텍을 부활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노인들이 가벼운 신체활동을 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콜라텍이 있다는 얘기다. 수요조사를 통해 이런 생각들을 읽을 수 있다.

노인들이 원하는 것을 정책으로 만들면 만족도도 높아지겠다.

노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공동체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즐겁게 활동을 하는 자리'라고 한다면 그것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곧 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예컨대 콜라텍을 만드는 것까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이를 통해 공동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화적 역량을 높이고 문화예술 경험에 녹아들게 하는 것은 그 이후다.

프랑스는 노인들의 '온천 치료'를 지원해 준다고 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노인들이 온천 치료를 받는 것을 의료보험으로 지원한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기 위해 온천에 가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교통비부터 온천 이용비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신체적 제약이 있는 노인들에게는 신체활동을 동반하는 가벼운 여가활동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갑자기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노인들을 문화예술과 접하게 하는 정책도 있어야 할 텐데.

평소 문화예술을 접하지 못한 노인들이 처음 문화예술을 접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문화가 중요한 것은 안다고 해도 문화활동으로 진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다는 얘기다. 영국에는 '새로운 관객 개발' 프로그램이 있다. 한번도 뮤지컬이나 미술관을 경험해 보지 못한 노인들이 새로운 관객이 되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 노인들에게도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노인에게 관련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느냐도 중요할 것 같다.

지역에서 여러 시설들을 하나로 연계해 서비스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노인들이 찾아가기 쉬운 곳에 노인복지관이 있다고 하자. 노인들은 그곳에서 컨설턴트의 상담을 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다 컨설턴트가 '수영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하고 노인에게 수영장이 있는 다른 기관을 소개할 수 있다. 그러다 또 진단을 통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기관을 소개해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컨설턴트와 같은 '문화매개자'다. 여가·문화 관련 정보를 노인에게 제공하고 기관을 연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활성화돼 노인들의 여가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노인들이 여가생활을 지속적으로 즐기려면.

노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혼자 해서는 지속성이 높지 않다. 흔히 '문화는 공짜'라는 인식이 있어 계속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여가·문화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적인 동기를 발현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노인들을 동호회 등 집단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함께 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여가활동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노인 여가정책에서 '공생'을 중시한다. 동일 생활권 내에 은퇴자클럽 등이 있어 혼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문화예술 활동을 즐긴다. 아울러 세대간 함께 할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정서적으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노인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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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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