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세력 만들기, 일본에 밀리는 한국

'공공외교'에 쓰는 돈 한 160억원, 일 5500억원

2017-04-13 11:18:11 게재

워싱턴외교 일본에 기울어

소녀상 철거 문제로 본국으로 귀환했다 돌아온 나가미네 야스히로 주한 일본대사는 입국하자마자 "황교안 총리권한대행을 면담해 한일위안부합의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도둑이 매를 들고 주인에게 달려드는 적반하장 격이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 미국은 우리 편'이란 믿음에서 나온다. 그 밑바탕에는 바로 공공외교가 있다.

미국 워싱턴의 외교운동장은 일본으로 확 기울고 있다.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워싱턴에서 일본이 쌓아온 공공외교의 힘 때문에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잘 먹히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우리나라가 공공외교법을 제정하게 된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은 공공외교 기구인 재팬파운데이션(일본국제교류기금) 안에 대미 공공외교를 전담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센터(GPC)를 만들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다. 미국의 싱크탱크 등 전문기관과 비정부기구, 대학, 정책입안자, 학자들을 적극 지원해 '지일파'를 양산해왔다.

소녀상 철거 등 한일 과거사 갈등이 불거질 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일본 입장을 들어보면 한국이 합의를 자꾸 뒤집는다고 한다. 이제는 양국간 과거사를 매듭지어야 하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는 배경이다. 일본은 "한국과 계약을 하고 잔금까지 지불했는데 딴소리를 한다", "계속 골대를 옮기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논리로 미국 내 '지일파'를 설득했다.

일본의 지난해 공공외교 예산은 541억엔(약 5500억원)으로 우리나라 올해 예산 160억과 비교할 때 엄청난 규모다. 전체 외교부 예산에서의 비중도 7.7%로 우리나라(0.7%)의 10배가 넘는다.

한국 외교의 취약성은 대일 관계뿐만이 아니다.

근거가 희박한 '4월 한반도 위기설'로 안보불안 심리가 번지고 있지만 강대국 '스트롱 맨'들간의 경쟁 속에 한국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해법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미국이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이동시키는 지경에 이르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의 목소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한국의 운명이 강대국간 각축에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파면·구속의 지도력 공백 상태가 가져온 위기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5월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힘을 앞세운 외교 앞에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란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대적으로 경제력, 군사력이 약한 한국이 정부간 '하드파워 외교전'으로 승부를 걸기 어려운 만큼, 공공외교를 강화해 외교안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외교는 한국과 한국인의 매력을 알려 상대방 국민의 마음을 얻는 '소프트 파워'를 활용한 외교다.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공공외교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 상대국 국민의 여론을 움직여 해당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서 "정부외교와 협업을 통해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는 공공외교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는 것도 문제다. 박 공공외교대사는 "외교부 뿐 아니라 정부 여러 부처가 공공외교 활동을 산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중복과 예산낭비의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외교 전반을 통합·조정할 '공공외교추진본부'나 '민관네트워크센터'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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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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