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시리즈 | ⑬ 법 만드느라 허송세월 하려나

'특별법' 경쟁, 문 '비정규직' 홍 '4차산업' 안 '주택공급'

2017-05-04 11:08:45 게재

후보제안 법률 제정안만 평균 17개

5당 체제, 국회 선진화법 돌파 난망

"집착 말고 기존 법 활용 준비해야"

19대 대통령 후보들마다 수백 개의 공약을 쏟아냈다. 이 중 상당수가 기존의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야 달성할 수 있다. 바꿀 법령과 새로 만들 법은 후보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내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제정할 법률은 기존 법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도 법 개정으로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과 특별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어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심상정, 제정할 법만 36개 = 각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공약집을 보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모두 36개로 가장 많은 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7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각 11개, 9개의 새로 만들 법명을 제시했다.

정책공약집을 내지 않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통해 2개의 법령 제정을 약속했다.

5명의 후보들이 평균 17개씩의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 후보를 빼면 20개가 넘는다. 유력후보 3명이 희망한 법 제정건수는 10개 내외다.

법 '사각지대' 메우기 = 여성, 아동, 장애인, 동성애자, 비정규직, 하청업체 직원 등 법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안이 많았다.

문 후보는 아동인권법, 중대사고 기업처벌법, 젠더폭력방지기본법, 비정규직차별금지 특별법을 제시했고 홍 후보는 안전산업진흥법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향을 잡았다.

안 후보는 장애인 자립생활 탈시설지원에 관한 법, 장애인인권 침해방지 및 피해장애인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돌봄사회 기본법, 여성폭력예방 및 피해자지원 기본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차별금지법, 동반자등록법, 노점권리법, 장애인권리보장법, 교육공무직법, 기업살인법, 군 피해자 보호법 등을 제정할 법안으로 내놨다.

희망퇴직 남용 방지법(문 후보), 인생이모작법(안 후보) 등 화이트칼라의 불안한 표심을 잡기 위한 법률안도 제시됐다.

여성, 소비자에 관심 모아져 = 5명의 주요후보들의 관심사가 모아진 데는 여성과 소비자였다. 홍 후보, 유 후보를 뺀 3명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나 소비자집단소송법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후보도 유 후보를 뺀 4명이었다.

이 외에도 문 후보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기본법이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법, 체육인 복지법, 농어업회의소법으로 틈새 표심을 노렸고 홍 후보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북돋기 위한 새만금특별행정구역기본법, 4차 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 취업지원법, 대학혁신역량제고법, 국가연구개발경쟁력 강화법 등을 공약했다. 안 후보는 국방청렴법, 국가교육위원회법, 물관리 기본법을 약속했고 심 후보는 국민소송법, 지방일괄이양법, 블랙리스트방지법, 지역·사회 알권리법 등을 쏟아냈다.

'특별법'은 특별한 관심 =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특징을 가진 특별법은 '특별한 관심'의 다른 표현이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차별금지특별법을, 홍 후보는 제4차 산업육성을 위한 기반조성 특별법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법, 환매조건부 주택공급 특별법 등 주택관련 법안을 우선순위에 올려놨다.

유 후보는 공정거래 관련 법령의 집행강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시했고 심 후보는 보건의료 인력 지원 특별법, 탈핵에너지 전환 특별법, 안전사회전환 특별법, 사회주택공급 특별법, 산재사망 및 재난사고 처벌강화 특별법, 4대강 재자연화 특별법, 정부조치에 의한 남북경협 기업과 종사자들의 피해보상특별법을 '특별법 대열'에 편입시켰다.

여소야대의 굴레 = 차기정부가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공약 이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을 바꾸는 데 수개월이 걸렸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 5법은 끝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반면고사 사례'다.

결국 '여소야대'를 풀어낼 열쇠가 있어야 공약도 지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각 후보들이 '통합정부'나 '대탕평'을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회전략도 생각해놔야 한다. 법 개정이나 제정 없이 공약의 방향에 맞춰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 후보측 핵심관계자는 "법을 고쳐서 개혁을 하고 개선을 하는 방법이 옳지만 차기 정부에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어떤 것도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을 손보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 현재의 법을 통해서 가능한 영역을 위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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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이제형 이재걸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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