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회사채 채무조정 소송 못하는 개인투자자들

2017-05-08 10:51:42 게재

뒤늦게 산 투기수요 많아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채무재조정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소송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달 27일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들을 상대로 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의 소송 문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누리는 법률검토를 통해 분식회계 시기에 발행된 감사보고서를 보고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대우조선과 안진회계법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막상 소송 상담을 진행한 결과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분식회계 시기에 회사채를 매입하게 아니라 분식회계 문제가 터지고 회사채 가격이 떨어지자 매수에 나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우조선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분식회계가 있었지만 그걸 모른 채 회사채를 매수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한누리도 소송참여자격을 정할때 2013년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시점과 대우조선 분식회계 관련 언론보도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시점 등을 고려했다.

대상 투자자를 '2014년 4월 1일 이후 발행된 회사채를 2015년 7월 14일 사이에 인수 내지 매수한 사채권자'로 한정했다. 대상 회사채는 6-1회(2017년 4월 만기·4400억원), 6-2회(2019년 4월 만기·600억원), 7회(2018년 3월 만기·3500억원) 등 3개 회차다.

지난달 상환이 예정됐던 4400억원 규모의 6-1회차 회사채는 개인투자자들의 보유량이 22%에 달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만기를 앞두고 물량을 대거 쏟아냈고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개인들이 뒤늦게 회사채를 떠안은 상황이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대마불사의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일 한누리 관계자는 "소송상담을 벌인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대우조선 분식회계가 알려진 이후에 뒤늦게 회사채를 매입했기 때문에 소송참여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이 모여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현재 상태로는 소송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 대한 법원의 인가결정에 개인투자자들이 항고하면서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조정안을 인가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항고로 효력이 정지됐다. 항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히기는 어렵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대법원의 최종 결정까지 받아보겠다고 나설 경우 대우조선의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투입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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