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회의소로 '협치 농정' 연다

2017-05-11 10:24:40 게재

농어민 참여로 정책수립

내년 중에 시행 예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업·농어촌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이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농어업회의소 의견을 적극 수렴해 농어업·농어촌 관련 정책이나 사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통한 농어민의 농정 참여를 공약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8일 국내 대표적 농업인단체 중 하나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맺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건강한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정책협약'에서도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로 협치농정 실현'이 두번째 우선 순위에 올랐다. 법안이 통과하면 1년의 준비과정을 거친 후 시행된다.

지난해 8월 김현권 의원(비례대표, 민주당) 등 15명 의원이 농어업회의소법을 공동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농어업회의소는 기초농어업회의소와 광역농어업회의소, 전국농어업회의소로 구성돼 있다. 기초농어업회의소는 관할구역 농어업인의 5% 또는 500인 이상 동의를 받아 창립총회를 열 수 있다. 설립인가는 농림축산식품부 또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다.

광역농어업회의소는 광역시·도, 특별자치시·도의 행정구역을 관할구역으로 설립하며 기초농어업회의소, 농어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비영리법인 및 기타 단체의 시·도 연합회는 특별회원이 될 수 있다. 전국농어업회의소는 10개 이상의 기초농어업회의소가 발기하고 20개 이상의 기초농어업회의소의 동의를 받아 설립한다.

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업회의소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농어업·농어촌 발전계획을 수립하거나 농어업·농어촌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세울 때 농어업회의소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농어업회의소는 정책 자문이나 건의를 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당초 2월에 통과될 것으로 보였던 법안은 농해수위 법안심의과정에서 미뤄졌다. 다른 농어업인단체와 역할 중복이나 재정자립문제 등에 대한 의구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석창 의원(충북제천시단양군, 자유한국당)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나 한농연 등 농협이 아닌 자생적인 조직들과 관계를 잘 설정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농어민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흠 의원(충남보령시서천군, 자유한국당)도 농어민들이 너무 많은 조직에 중복 가입해 있어 "모임의 회의만 나가다 보면 '농사는 언제 짓느냐'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현권 의원은 "2013년부터 정부가 공식 발표하고 추진한 일로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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