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미화' 우려 한국경제발전관 개관 미룬다

2017-05-17 11:04:01 게재

내부 구조 바꾸고 경제사료 검증 강화

서울 홍릉 옛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지에 들어서는 지식협력단지 완공 시점이 8월로 늦춰졌다. 정부는 단지 내 건립되는 한국경제발전관 내부 구조를 변경하고 경제 사료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8월까지 지식협력단지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고 한국경제발전관과 글로벌 지식교류센터의 문을 열기로 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8개월 가량 늦춰졌다.

지식협력단지는 옛 KDI 건물을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2415㎡ 규모의 시설로 리모델링해 조성된다. 새 건물에는 한국경제발전관이 들어서게 된다. KDI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최초의 연구단지라는 역사적·상징적 가치를 보전·계승한다는 취지에서 한국경제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전시관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정부는 또 단지 내 글로벌 지식교류센터를 건립해 다양한 계층들이 찾아와 한국의 미래성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식협력단지 조성사업은 계획 발표 직후부터 '뒷말'이 많았다.

앞서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KDI와 산업연구원(KIET) 등이 2013년부터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홍릉 연구단지 건물과 부지를 활용해 세계 녹색기술과 지식, 인재양성을 선도하는 글로벌 녹색성장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 이같은 계획은 흐지부지됐고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7월에서야 홍릉단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재부는 그로부터도 1년이 더 지난 2015년 10월 지식협력단지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완공시점을 2016년말로 잡았다. 통상 전시관 개관을 준비하는 데 2~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촉박한 일정이었다. 기재부는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설계비 예산부터 책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년이 되는 2016년 완공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전시 내용이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발전관 개관식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성대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면서 지식협력단지 사업도 자연스레 늦춰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서두를 필요 없이 내실있게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건물 내부를 전시관에 맞게 바꾸고 경제 사료에 대한 검증도 보다 철저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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