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좌담회│엄마들이 말하는 행복한 가정양육은

"퇴근 빨라야 애 같이 보고 둘째도 갖죠"

2017-05-30 09:50:00 게재

아이 성장단계 맞는 양육정보 제공, '전업맘 경력' 재취업 때 가산점 … 엄마들 요구 다양

"남편 퇴근이 빨라야 아이도 같이 돌보면서 즐거움도 나눌 수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둘째를 가질 마음도 생기죠."

하루 종일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는 엄마들의 말이다.

우리사회는 저출산 위기 속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다양한 극복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25일 내일신문은 '엄마들이 말하는 행복한 가정양육은' 좌담회를 열어 행복한 가정을 바라는 엄마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날 참석한 사람은 서준이 엄마(35. 서울 중구 필동)와 정민경(41. 수연이 엄마.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이윤아(36. 다온이 엄마. 경기 고양 행신동) 전민경(30. 민정이 엄마. 경기 고양 덕은동)씨 등이다. 이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시간제 일을 하고 있거나 전업맘들이다.

이날 참석자들이 밝힌 가정양육의 즐거움은 매우 컸다. 하지만 스트레스 또한 강했다.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사실에 마음이 크게 상해 있었다. 육아 책임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 되어 버리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 또한 평생 '아이 엄마'로 살아 갈 것 같은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었다.

왼쪽위(좌) 이윤아 씨 (우)정민경 씨,아래쪽(좌)전민경 씨, (우)서준이 엄마

양육의 기쁨,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 엄마들은 아이 때문에 행복했다.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도 지금도. "진짜 아기가 생겼구나"라는 그 감동. "부모님의 보호를 더 받고 하루 종일 원하는 걸 할 수 있었다"는 편안함. "태동을 느낄 때나 남편도 모르는 나 혼자 만끽할 수 있는, 내 마음대로 할 시간이 허용된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는 임신 기간이었다.

출산한 후 "애 아빠와 셋이 같이 놀 때 아이가 가족 사이를 깔깔거리며 오갈 때" "점점 성장해 가면서 말 길을 알아 듣을 때"가 행복했다고 한다.

그래서 양육에 대한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참석한 여성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그럼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가 질문을 던졌을 때는 바로 긍정 답변을 하는 여성이 없었다. 대부분 주저하거나 조건을 달았다.

"(지금)애기를 위해서 낳아야 할 것 같은데 두렵기도 하다. 첫째 돌보면서 둘째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전업맘으로만 계속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면 말리는 입장이다." "미혼친구들에게 결혼해 아이 많이 낳으라고 못 권한다. 중고등학생 시절 어떻게 지원할 것이며, 이들이 잘 성장해 취업이 잘 될지도 걱정이다. 솔직히"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된다면 둘째 낳고 싶다" 등이었다.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얻는 양육의 기쁨이 실제 컸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더 낳거나 다른 여성들에게 권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빠들의 육아참여 부진, 양육 스트레스 키워 = 여성들의 이런 반응은 엄마로서 경험하는 양육 힘겨움 탓으로 보인다.

엄마들의 양육 힘겨움의 시작은 아빠들의 미진한 육아참여로 주로 나타났다.

이윤아 씨는 "남편이 아이 목욕을 시켜 준다. 그러면 듣는 사람들은 자상하다 말한다. 신생아 때부터 했다. 그런데 그게 다다. 목욕이 육아의 다가 아닌데 그것만 도와주고도 자생한 남편이 되어 있다"고 미진한 남편의 육아참여 사례를 들었다.

남편들의 낮은 육아참여에 대한 엄마들의 볼멘소리는 높아졌다. 정민경 씨는 "큰 아이가 5살쯤 다리미에 다리를 댄 적이 있었다. 아이를 업고 급히 근처 약국에 가서 임시처치를 하고 다음날 병원치료를 받았다. 그 당시 남편에게 연락했지만 아이 일은 엄마의 몫인 것처럼 반응했다"고 말했다.

서준이 엄마는 "육아는 엄마가 '정' 아빠는 '부'라고 남편이 말한 적 있다. 효율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아이와 아빠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으니 오히려 아빠들이 더 시간을 내서 노력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초보엄마들에게 양육정보 제공 큰 도움 = 첫 아이에게는 모두 초보엄마여서 양육하는 기술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크게 호소했다.

정민경 씨는 "애기를 낳고 모유수유를 어떤 자세로 먹이면 편한지, 울 때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윤아 씨는 "예전에는 가족 안에서 옆에서 육아를 배웠는데 요즘은 핵가족이다 보니 아이를 돌보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아 답답할 경우가 많다. 대부분 부정확한 인터넷 카페에서 얻곤 한다. 심하게 말하면 아동학대도 뜬금없이 나타난 아이가 말도 계속 안 통하는 경우에 생기기도 하지 않느냐"며 "엄마들에게 양육정보나 기술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육아종합지원센터, 서울시 보육반장,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을 이용하면 양육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제도와 조직을 아는 엄마들이 많지 않다. 홍보부족에다 조직 자체가 부족한 상태이다.

이에 양육정보를 아이의 성장단계에 맞춰 제공됐으면 하는 요구가 많았다.

서준이 엄마는 "18세까지 키워야 하는데 공식화 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이유식 6개월동안 지켜야 할 점. 3학년이 되면 학교폭력 등 주의점 등 양육 로드맵 같은 정보가 안내되면 도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경 씨는 "남편을 아빠 육아교실에 보낸 적이 있는데 엄마입장에서 강의를 해 곤란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며 "특히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교육은 따로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양육 선택하는 맘, 사회적 지원 필요 = 가정 양육하는 엄마들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는 바램이 컸다. 정민경 씨는 "전업맘의 위상을 높여 줘야 한다. 아이를 건강하게 정서적으로 잘 성장시키는 것도 사회적으로 큰 일"이라며 "미디어에서 특히 전업맘 소재로 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아 씨는 "경력단절에 두려움이 크다.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된다면 둘째도 갖고 싶고, 아이에게 이전되는 양육스트레스도 많이 줄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준이 엄마는 "전업맘이 된다는 것은 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라며 "일가정 양립을 위해 양육 경험 가산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육아경험으로 여성들이 단단해 진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여성들은 이외 "퇴근시간을 보장해 가정에서 양육하는 즐거움이 넘치는 사회풍토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고 아빠와 함께 키우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 국가가 양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새정부가 출범했으니 기대해 본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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