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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정책 중복 해결하자│② 중소기업 R&D

너도 나도 '기술혁신·뿌리기업' 지원

2017-06-07 10:41:45 게재

14개 부처에서 235개 사업 추진 … 연계·통합 안돼 정책효율 떨어져

정부는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난 20년간(1998~2017년) 30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했다. 최근 5년간(2011~2015년) 투자한 정부의 중소기업 R&D 규모는 12조7310억원이다. 지원액도 2011년 2조1522억원에서 2015년 2조8942으로 매년 커졌다.

14개 정부부처에서 235개 사업을 통해 5만4031개 과제를 지원했다. 7만3475개(중복 제거 시 2만5885개) 기업이 혜택을 받았다.

R&D 지원은 중소기업 성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R&D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이 지원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매출액 증가율을 비롯한 자산 증가율, 종업원 수 증가율, 부채 증가율 등 모든 지표에서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의 혁신역량 확충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R&D 지원 직후부터 고용 증가율이 크게 상승했다

STEPI는 "R&D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능력이 커지면서 자산 및 매출 확대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부처 이기주의로 중복 여전 =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STEPI은 "부처마다 중소기업 R&D 지원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R&D 지원의 정의 및 범위와 관련해 보다 엄격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EPI 지적처럼 중소기업 R&D 지원에서도 중복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부처에서 중소기업 R&D 정책을 시행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동안 정부는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지만 부처 이기주의에 막혀 여전히 중복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창업연계 및 사업화 R&D 지원의 경우 창업을 전제로 지원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이 매우 비슷하다.

공공연구성과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 지원도 미래부, 산업자원통상부, 중기청간에 중복된다. 연구개발성과 활용, 산업기술성과 확산, 중소기업기술혁신 성과 확산 등으로 법적 근거는 다르나 지원 대상과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

미래부가 ICT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화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창업기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산업부 역시 산업기술 이전 및 사업화를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기청 기술이전 및 사업화 지원 사업과 유사하다.

저기술 제조업 R&D 지원은 산업부와 중기청이 충돌한다. 산업부는 뿌리산업, 생활산업, 소재산업 등의 명목으로 영세한 중소기업 혁신을 위한 R&D 공동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중기청도 도시형소공인, 뿌리기업 등을 지원하고 있어 지원 대상이 거의 중첩된다.

산업부가 수행하는 스마트공장고도화 기술개발 역시 중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중기청의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과 차별성이 거의 없다.

◆지원체계 일원화 필요 = 중소기업 R&D 지원 유사중복 문제는 정책추진체계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발생하고 사업을 연계하거나 통합할 수 있는 조정권한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계획을 수립하지만 기본방향에 따라 연구개발 시행기관의 지원계획을 심의 또는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유사중복 사업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조정하거나 통합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가의 성장전략을 과거 '산업정책'에서 '기업정책'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 R&D 지원체계를 일원화 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