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재 환수를 위한 새정부의 과제

2017-06-16 10:46:25 게재
최근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들이 귀환하고 있다. 귀환 경로는 다르지만 지난 날 불법적이거나 부당하게 반출당한 경험을 겪은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5월 22일 일본으로부터 반입 후 발표된 고려불화 '관음보살내영도'는 1300~1319년 경 조성된 희귀한 작품이라 하니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이는 2016년 9월 한국의 기업인이 일본에서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고려불화 '수월관음도'에 이어, 연이은 성과이다. 또한 올해 5월에는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이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희귀한 6세기 고구려불상을 구입해 국내 박물관에 기증의사를 밝힌 바도 있어 귀중한 문화유산의 귀환에 반가운 마음 감출 수 없다.

'한일문화재협정'을 '한일문화재반환양해각서'로 대체해야

그러나 이와 같은 귀환에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수년간 귀환한 문화재는 대부분 교민이나 민간단체, 기업인의 결과이다. 정부는 2014년 미국정부가 압수해 돌려 준 국새와 어보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국외 소재 문화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국이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 당시 문화재목록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2014년 밝혀졌음에도 이를 규명하거나 책임을 묻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이번 고려불화처럼 화기(畵記)가 사라져 반출 경위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장자가 취득 경위의 적법성 여부를 스스로 밝히는 않는 경우, 기록의 분실이나 삭제는 불법 부당한 취득 사실이 은폐한 체 거래가 이뤄짐으로 문화재의 세탁, 나아가 약탈자의 역사 세탁을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빨리 소장기관이나 소장자에게 취득경위 소명을 요구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거래금지 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재의 세탁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명백히 불법적으로 반출당한 문화재의 경우 반환을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국에 요구한 문화재 중 반환받지 못한 문화재리스트를 점검하고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을 '한일문화재반환양해각서' 체결로 대체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시대적, 역사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현재와 같이 외교에 있어 보조의제가 아닌 독립적이고 강력한 주권적 의제의 성립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문화재반환 문제를 여타의 사안에 비해 역할과 비중을 낮게 평가하거나 심지어 희생양으로 삼기도 했다. 2011년 프랑스에서 귀환한 외규장각의궤의 경우 명백히 약탈당했음에도 사과와 원상회복이 아닌 단기임대 갱신조건으로 수락함으로 같은 시기 프랑스가 반환한 다른 국가의 문화재와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를 낳은 바 있다.

시급히 정부 차원의 '문화유산회복위원회' 구성해야

정부전담부서인 외교부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방정부 민간단체 교민단체 등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특히 외교적인 협상권이 없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보조적 수단으로 전락, 2012년 재단 설립 이후 외교적 협상에 의한 반환보다는 '경매에 나온 유물을 매입'하는 일에 치중함으로 설립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재단에 독립성과 외교 협상권의 부여는 최근 국제사회의 기원국으로 반환 흐름과 소장자의 세대교체로 인한 은닉 유물의 거래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화유산에 대한 정부 정책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공동체의 기억을 은폐, 삭제함으로 '고아 문화재(orphan cultural property)'로 만드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시급히 '문화유산회복위원회'를 구성해 국내외에서 방치, 훼손당하는 문화유산의 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상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