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덕분에 가족 구했어요"

2017-06-20 12:34:19 게재

서울 자치구 안전교육 '진화'

민방위교육까지 확대되고 지진·선박사고 체험관 건립

#"팔을 밖으로 확 꺾으세요.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면 상대도 당황합니다. 자자, 힘내세요. 다음엔 급소 가격 차례입니다".

17일 양천구 안전체험관.10여명의 여성들이 호신술 교육을 받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낯설고 힘든 동작에 힘들어 하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남성에게 억지로 잡힌 손을 뿌리치는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양천구 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무너진 건물에서 대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양천구청 제공


#지진 상황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자 바닥이 흔들렸다. 아이들은 미리 본 영상에서 배운 대로 낮은 곳을 찾아 바닥에 몸을 숙였다. 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이 "벽이 무너질 것 같아요"라고 외치자 소란이 일었다. 잠시 후 천장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아이들은 앉은 자세로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강사의 안내를 따라 출구 쪽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고 모두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

서울 자치구 안전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던 안전교육이 성인으로 확대됐다. 체험시설이 많아지면서 지진 항공·선박사고 등 다양한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체험이 쉬워졌다. 대형 사고 중심이던 안전교육의 개념은 일상 안전으로 확장됐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호신술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안전교육의 진화는 소방서와 자치구의 결합이 중대한 전기가 됐다.

기존 안전교육은 주로 어린이집 아이들의 체험 학습의 일환으로 소방서에서 이뤄지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자치구가 관내 소방서와 업무협약을 맺고 안전교육에 나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주민과 접촉면이 넓은 자치구가 나서면서 홍보가 용이해졌고 안전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성인들까지 포괄하게 됐다.

자치구 안전교육은 민방위교육과 연계하며 또한번 발전했다. 양천구는 기존 민방위교육이 형식적인 시간 떼우기 위주로 진행되는 점에 착안해 민방위교육에 안전교육을 추가했다. 민방위교육과의 연계는 성인 안전교육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교육 내용을 실제 사고에 적용해 도움을 얻은 사례도 나왔다. 바뀐 민방위교육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익힌 한 직장인이 호흡 곤란과 심정지 증상을 보인 가족을 살리는 일도 생겼다.

자치구 안전교육은 체험관 설치로 한단계 더 발전할 전망이다.

송파구는 기존 안전체험관이 인기를 얻자 항공·선박·철도 등 교통 재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시설을 늘리고 있다. 9월로 예정된 공사가 마무리되면 항공기 모형 체험시설에서 비행기 사고 시 비상슬라이드 이용법 등 항공 사고 대처 요령까지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선박안전 체험관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처럼 15도로 기울어진 배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뛰어 드는 법 등을 익힐 수 있다.

지진에 대비한 체험관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해 지진 체험관을 설치했다. 바닥이 기울고 벽과 천장이 붕괴되는 등 실제 지진이 일어난 것과 비슷한 상황에서 대피 요령을 배울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험관을 방문해 교육을 받았다.

성동구에도 지진 체험관이 생긴다. 오는 7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교육이 필요한 곳에 강사들이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강사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소화기 하나 들고 방문해 교육을 했지만 이제는 심장제세동기, 완강기 사용법 시연 장치 다양한 교육 도구들이 활용된다. 성동구의 경우 지난 5~6월 사이 경로당, 학원, 초등학교, 대학교, 회사 등의 신청을 받아 10차례가 넘는 방문교육을 실시했다.

대형 재난·응급 사고 중심이던 안전교육은 일상으로도 파고 들었다. 양천구의 여성 호신술 교육이 대표적이다. 구는 관내 거주 여성과 지역 내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 호신술 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호신술 외에 호신용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 사용법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체험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자치구들은 서울시의 안전체험관을 활용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광나루 체험관, 보라매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기본 안전교육들은 모두 이루어지며 광나루는 선박안전교육을, 보라매는 지진안전교육을 특화해 진행하고 있다.

김혜진 송파구 안전담당관은 "안전 체험관 운영을 맡고 있는 나도 이곳에서 안전교육을 처음 받아봤다"면서 "안전교육이 전 연령대로 확대되고 재난 유형에 따른 체험 시설 등이 갖춰져서 안전한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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