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당 대표 당선

"낡은 보수는 미래 없다" 바른정당 독자노선 선언

2017-06-27 00:00:01 게재

문준용 조작과 특혜 동시규명

여권에 사사건건 반대 안한다

갈등 없애는 용광로 대표될터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대표는 27일 국민의당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 "(국민의당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먼저 발표해서 꼬리자르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당 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어제 국민의당이 문준용씨 취업특혜 제보가 조작됐다고 대국민사과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조작사건으로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두 가지 사건이 모두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당직자인 이유미씨는 계속 지시로 했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당의 지시여부에 대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이것과 병행해 특혜의혹도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준용 취업 특혜의혹과 조작사건을 동시에 규명하자는 제안이다.

이 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광장'에 출연 국민의당의 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 "너무 기가 막혀서 처음에 이게 믿기지가 않았다"며 "뭔가 엄청난 일을 위험 부담을 안고 할 때는 뭔가 약속이 있거나 대가가 있지 않으면 이런 일 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배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원내 제4당을 이끌게 된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극복과제를 안고 있다.

당 밖으로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적자 경쟁관계다. 의석수가 한국당(107석)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한국당으로의 흡수 또는 통합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 대표는 한국당과 손잡기보다 경쟁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낡은 보수(한국당)는 미래가 없고 5년 후에 집권 불가능하다는 자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국민이) 저희를 선택할거라고 믿는다. 점점 지지율이 저희한테 오고 결국 지방선거 때 저희 중심으로 선거 치르는 구도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한국당 내에서도 우리 가치와 뜻을 함께할 분들을 모시겠다. 저희 중심으로 치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지지율에서 앞서고, 한국당 인사들을 거꾸로 데려오겠다는 의지다.

한국당 극복을 위해선 정체성과 정치방식에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정체성과 관련 "낡은 보수가 해왔던 종북몰이, 빨갱이 딱지 붙이는 것에는 결연히 차별화하고 우리는 하지 않겠다. 대신 북한을 포함한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철통같이 지키겠다는 진정한 안보보수를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낡은 보수는) 경제권력의 특권, 반칙, 횡포 이런 부분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눈감아 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비호하고 대변하고 돌격대가 되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 시장경제란 이름으로 자행돼왔던 보수에 역행하는 일을 끊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사사건건 반대하지 않고 개혁보수 정체성 기준에 비춰 도저히 이건 넘어갈 수 없다,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안된다고 하는 1, 2, 3에 선택과 집중하겠다. 여기에 전력하고 나머지는 털어버리겠다"고 말했다.

당내 분열위기도 상존한다. 그동안 유승민계와 비유승민계가 티격태격해왔다. 이 대표는 대표적 유승민계다. 일각에선 이혜훈체제가 들어서면 비유승민계가 일부 이탈하면서 원내교섭단체(20석)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갈등이 생길 일은 아예 만들지 않겠다고 말씀 드렸고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이니 생긴다면 백번 천번 찾아가서 갈등을 없애는 화해의, 용광로 당 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마산제일여고 △서울대 경제학 △미 UCLA 경제학박사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냈다. KDI에서 유승민 의원과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가깝게 지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단 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캠프 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대표적 친박이 됐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경제민주화를 강도높게 주장하다가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청와대와 친박이 노골적으로 지원한 조윤선 전 장관을 예선에서 가까스로 이기고 3선에 오르면서 정치적 무게감을 더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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