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군인 처벌 규정, 이번엔 위헌되나

2017-07-12 11:12:36 게재

15년 동안 헌법소송만 4번 제기돼 … 위헌이라는 재판관도 점점 늘고 있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규정의 위헌여부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형법 92조의6 위헌소송과 관련한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동일한 내용의 군형법 규정에 대한 네번째 헌법소송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단체 주최로 5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군형법 92조의6 폐지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군대 내에서 합의에 따른 동성 간 성적 관계까지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군형법 제92조6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군형법 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 때문에 군인들의 경우엔 자유로운 의사로 동성애 행위를 했더라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최근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가 인권단체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는데, 기본적으로 이 규정이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규정에 대한 최초의 헌법소송은 2002년에 있었다. 당시 규정은 "계간 기타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였는데 우선 '기타 추행' 부분의 불명확성이 문제됐다. 누구든지 형벌규정을 보고 처벌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또 일률적으로 징역형이 가해질 수 있도록 한 것이 과도한 제한인지도 문제됐다.


이에 대해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군형법 피적용자(군인)는 어떠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모든 추행행위에 대해 일괄적으로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다는 사유만으로 입법재량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반면 당시 송인준·주선회 재판관은 "추행의 의미에 대한 명확성 여부는 문제되지 않지만 강제성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행위의 주체나 상대방 등에 대하여 명백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행위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또 두 재판관은 "추행에 강제에 의하지 않고 상호간에 은밀하게 행해진 행위까지 포함된다면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이 규정이 도마에 오른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 헌재는 사건심리 과정에서 공개 변론을 열기도 했다. 여전히 규정의 명확성 여부가 주요한 문제로 제기됐고, 성적자기결정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평등권 침해도 거론됐다.

이때도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났지만, 김종대·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문제된 군형법 규정은) 행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기타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대현 재판관은 '군인과 민간인 사이의 동성애 행위까지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세번째 헌재 결정이 나온 건 지난해였다. 위헌정족수인 6인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김이수·이진성·강일원·조용호 등 4명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행위와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조항에서 동등하게 벌하도록 해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한다"고 대상 조문의 위헌성을 비판했다.

네번째 헌법소송은 지난 2월 인천지방법원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나온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헌재에 판단을 요구한 것은 대상 법규정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번 사건이 입대동기인 병사 간에 휴가 중 자택에서 있었던 합의에 의한 성접촉을 문제삼은 것이기 때문이다.

민변 공익변론센터는 "인천지법은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대상 조문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며 "위헌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해당 조항이 우리 사회 성소수자의 인권을 본질적이고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 역시 11일 "합의한 성관계도 처벌하는 이 법은 성소수자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미 국회엔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는 내용의 군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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