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첫삽, 후속대책 본격가동

2017-07-18 10:54:44 게재

'최저임금' 10대 후속과제에 주력 … 재원마련·모럴헤저드 차단 등 과제 '첩첩산중'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첫 삽을 떴다.

방식은 '임기 중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까지 올리고, 한시적으로 정부가 돈을 풀어 지원'하는 것이다. 저소득층 중심으로 소득을 늘려, 내수가 돌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출이나 대기업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최저임금 관련 TF 회의│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사진 가운데)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관련 T/F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오히려 과거의 수출과 기업 중심 성장정책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시작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쏟아진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확신에 차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 주도 성장으로 사람 중심의 국민성장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당국도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한번 해보는 것이다. 잘해 보겠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정부는 이미 포화상태인 SOC나, 논란이 많은 4대강사업, 실제가 불분명한 창조경제사업에 예산을 쏟아 부었다"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예산을 사회경제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사람'에게 투입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으로 지난 16일 발표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 중 10대 주요 과제를 선정해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전날에는 관계부처와 함께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첫 회의를 열었다.

후속대책 TF 가동 = TF는 기재부 고형권 1차관과 노동부 이성기 차관이 공동 팀장을 맡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통계청,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고용정보원, 노동연구원, 근로복지공단도 참여한다. 첫 TF 회의에서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 대상과 금액, 전달체계 등을 놓고 기관별 역할 분담과 향후 추진 일정 등이 논의됐다.

TF는 8월 중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9월 초 국회에 제출되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분간 매주 3회씩 회의를 열어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가 마련한 후속대책 10대 핵심과제는 비용부담 완화,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 경영여건 개선 등 3개 분야로 구분된다. 비용부담 완화 분야에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설, 고용연장지원금 확대,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대상 확대로 세분화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불공정거래행위 분야로는 상가임차인 보호 강화와 가맹점·대리점 단체 협상력 강화, 공정한 납품단가 실현 정책을 포함했다. 경영여건 개선 분야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규모점포 규제 강화, 골목상권 전용화폐 확대, 청탁금지법 보완방안 마련 검토 등을 담았다.

재원 마련 어떻게 할까 = 정부의 최저임금 초과인상분 재정지원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재원 문제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자 정부는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상시 고용인원 규모가 30인 이하에 사정이 열악한 사업체를 선별해 최저임금 인상폭 중 5년 평균 인상률(7.4%)을 웃도는 초과인상분은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직접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바 있어 앞으로 지원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한다면 2017년 대비 추가 인건비 부담액이 81조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한 최저임금 보전은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위한 마중물 역할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시적이란 말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복지공약 정책 실행을 위해 연간 총 35조의 재원이 필요하다. 증세 불가피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실효세율뿐 아니라, 법인세 등 명목세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잘 설득할 수 있을 지가 열쇠"라고 지적했다.

부정수급 차단도 난제 = 정부 재정 지원책이 신청한 사업자를 상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부정수급 논란도 제기된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지원금만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절차를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에는 영세기업들이 1인당 월 12만원인 지원금을 포기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재부에서는 절차는 간소화하되, 과징금을 크게 늘리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부정수급으로 밝혀질 경우 최대 10배 이상의 벌과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안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수용할 정도로 경제체질을 바꿔내는 것이 근본 목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가 주요 후속대책으로 대기업과 가맹본부 등 '갑의 횡포'를 막고, 자영업자의 최대 난제인 임대료 인하방안 등을 제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물론 '시장의 문제'를 정부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이 여전히 맹점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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