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통시장 안으로 들어온 청년가게

“열정과 패기로 도전장 내밀었어요~”

2017-07-20 11:07:50 게재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장을 보고 24시간 편의점이 가까이 있어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요즘, 전통시장은 추억 속 이야깃거리나 사라져가는 문화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전통시장 안에 젊은 상인들이 운영하는 점포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열정과 패기로 쇠락해져가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청춘들의 공간을 소개한다.

 
남부골목시장 ‘시베리아 호떡’
“시베리아 호떡의 명성을 이어받은 시베리아 빙수” 

목동역 근처에 위치한 남부골목시장에 둥지를 튼 ‘시베리아 호떡’은 지난해 시월 문을 열자마자 구수한 씨앗호떡으로 유명세를 탄 매장이다. 이 가게의 씨앗호떡은 부산의 씨앗호떡과는 다른 맛으로 직접 치대서 이틀 동안 숙성시킨 반죽에다 땅콩, 아몬드, 참깨,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의 견과류를 넣어 통통하고 먹음직스럽다. 줄을 서서 호떡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던 이곳은 여름을 겨냥하여 호떡 대신 시원한 빙수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손에 쥐기 편리한 컵빙수로 다양한 재료위에 아이스크림을 듬뿍 쌓아 올려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베리아 호떡’의 빙수는 직접 쑤어 만든 수제 팥과 수제 딸기 청 등을 넣어 만들었으며 방부제 없이 그릇 밑에 종일 얼음을 깔아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팥빙수와 콩빙수, 딸기빙수, 초코빙수 등이 있으며 가격은 3,000~3,500원이다.
‘시베리아 호떡’의 주인장인 신우승(31세), 고기호(31세)씨는 중학교 동창이다. 남부시장에서 먼저 ‘시베리아 호떡’을 시작해 지금은 망원동으로 자리를 옮긴 친구의 권유로 과감히 회사생활을 그만두고 생경한 시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매장 인테리어와 입간판도 직접 만들었다. 두 대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시장을 벤치마킹하거나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며 “씨앗호떡으로 유명해졌지만 손님들의 만족을 위해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화곡본동시장 ‘츄로바니’
“시장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만들었어요~” 

화곡본동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다수의 매장들이 저렴하고 알찬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달콤한 츄러스와 와플로 인기 있는 ‘츄로바니’도 그 중의 하나. 특히 ‘츄로바니’는 깔끔하고 화사한 노란색 인테리어로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이곳은 대표메뉴인 츄러스와 와플을 비롯해 커피와 라떼,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테이블과 의자도 갖춰놓아 시장을 보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주문즉시 신선한 기름에 튀겨져 나오는 츄러스는 시장손님들의 연령을 한껏 낮췄다. 오리지널 츄러스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츄러스, 초코 츄러스, 크림치즈 츄러스 등이 있으며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가격은 2,000원~3,000원대이다. 두툼한 와플도 인기다. 오리지널 생크림 와플, 누텔라 생크림 와플, 크림치즈 와플, 사과잼 와플 등이 있으며 신선한 생크림을 듬뿍 넣은 생크림 와플과 사과 덩어리가 그대로 씹히는 사과잼와플이 사랑받고 있다.
‘츄로바니’의 원은영(33세) 대표는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은 꼭 다시 찾아와 주신다”며 “우리 가게 덕분에 시장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다.

 
구로시장 영프라자 ‘추억점빵’
“그리운 풍경, 어릴 적 추억을 판매합니다~”

구로시장 안 청년상인 특화구역인 ‘영프라자’에 가면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청년점포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복고풍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추억점빵’은 옛날과자와 장난감을 판매하는 가게이다. 시장골목에 퍼지는 ‘달고나’의 달콤한 향이나 엄마에게 등짝을 맞아가며 즐기던 문방구 앞 오락기는 옛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요즘 유행하는 인형 뽑기 기계도 놓여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방과 후 달려온 초등생 손님들이 집으로 가고나면 이어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이 찾아오고 퇴근 후 지친 마음을 달래려 방문하는 가장들도 꽤 된단다.
‘추억점빵’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담한 1층에는 옛날 과자를 비롯해 주인장이 어릴 적부터 하나둘 모아온 완구와 피규어들로 빼곡하다. 대부분 90년대 만들어진 원색계열 장난감들로 ‘키덜트인’들을 매료시키는 아이템이다. 좁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80년대 비디오게임기가 여러 대 놓여있다.
‘추억점빵’의 주인장 유정명(31세) 대표는 “이곳은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문화를 판매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며 “40대를 겨냥해 문을 열었는데 의외로 모든 연령층에게 골고루 인기가 있다. 가게를 확장해 더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며 월요일은 휴무이다. 

 
구로시장 영프라자 ‘타이로띠’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즐기는 태국요리의 향연”

‘타이로띠’는 태국음식 전문점이다. 화려한 인테리어 줄 전구가 반짝이는 가게 앞 골목은 태국의 야시장을 연상시키듯 이국적인 분위기. 매장 입구 바닥에 ‘꽃길만 걷자’라고 적힌 문구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방을 마주보고 앉는 형태의 아담한 내부가 보인다. 
‘타이로띠’의 메뉴는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태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나 태국음식 마니아들,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거꾸로 쓴 모자에 전매특허인 환한 미소로 방문자들을 반겨주는 ‘타이로띠’의 주인장 한상우(34세) 대표는 태국식 팬케이크인 ‘로띠’를 비롯해 팟타이, 팟 씨유, 팟 캇파오, 똠냥 라면 등 다양한 태국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로띠’는 한상우씨의 가게를 알리게 해준 인기메뉴. 눈앞에서 발효반죽을 주물러 수타로 얇게 피는 장면은 흔치않은 볼거리다.
한상우씨는 “태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누님덕분에 태국요리를 접하게 됐다”며 “레시피를 알리지 않고 태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현지인 요리사에게 로띠를 배웠다. 로띠를 흉내 낼 수는 있지만 현지의 맛을 제대로 내는 집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자부한다.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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