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사꾼 ‘도시농담’ 남시정 대표

2017-07-20 14:58:13 게재

귀농의 꿈, 도시농업 통해 ‘농사 ABC’ 익히기

도심에서 흙의 촉감 느끼며 수확의 묘미까지 만끽할 수 있는 게 도시농업의 매력이다. 강동구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이 분야 선두 주자이며 ‘사회적협동조합 도시농담(이하 도시농담)’의 남시정 대표는 도시 농부들의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염두에 둔 직장인부터 어린 자녀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까지 헤아려 농사의 ABC를 일러주는 그를 만났다.



“강황 재배에 성공해 올해는 면적을 늘려봤어요. 단맛, 쓴맛에 매운맛까지 세 가지 맛이 나는 삼채도 잘 자랍니다. 이건 콩꼬투리가 마치 갓끈 달린 것처럼 기다랗게 자란다고 해서 갓끈동부라 부릅니다” 남 대표는 작물 하나하나 마다 애정을 듬뿍 담아 구수하게 설명한다.
강동과 하남의 경계에 자리 잡은 상일텃밭은 도시농담에서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강동구 텃밭이다.

토종작물 재배법 탐구하는 ‘열린 실험실’
1년간 텃밭을 분양받은 330구좌 주인장에게 농사의 기초부터 작물 골라 토양 특성에 맞춰 재배하는 요령을 세세히 일러준다. 구석구석 자투리 땅은 어성초, 홍화, 목화, 여주 같은 작물을 심어 생육 조건을 테스트하며 종자를 모으는 ‘열린 실험실’로 활용한다.
매일 아침 6시면 텃밭에 나와 작물을 돌보는 남 대표다. “농사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이론 교육은 최적의 조건을 가정하고 재배법을 알려주지만 현장에서는 이론을 응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토양, 바람, 수분이란 3대 조건에 따라 농작물 키우는 방법은 달라집니다.”
2014년 설립된 도시농담은 농림부에서 인가받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직장인, 주부, 은퇴자 등 30여명의 조합원이 활동중이다. 상일텃밭 위탁 외에 강동구 현장농부학교 운영, 학생 대상 텃밭 교육, 여러 기관의 텃밭 강사 연수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정부 기관 공모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도시 농부 기르는 ‘도시농담’
남 대표는 학원장 출신. 지금은 학원 운영을 아내에게 맡기고 도시농업에만 오롯이 매달리고 있다. “가족, 지인에게서 미쳤다는 소리 많이 들었죠”라고 씩 웃는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고교시절까지 농사일 도우며 학교 다녔던 그다. 대학 졸업 후 학생들 가르치는 일 자체는 즐거웠지만 성적 지상주의로 흐르는 입시교육의 현실에 늘 마음이 불편했다.
우연한 기회에 취미로 시작한 도시농업에서 재미를 발견하고는 ‘미친 듯이’ 빠져들었다. 강동구,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등 온갖 교육, 세미나 찾아다니고 관련 책 읽으며 이론적 토대를 닦아 농사에 접목시켰다.
‘종자는 곧 생명이다’라는 모토로  구억배추, 단양마늘, 조선아욱, 토종벼 같은 200여종이 넘는 토종씨앗을 모아 널리 보급하는 강동토종지킴이 초대 회장도 맡았다.
이 같은 노력과 경험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도시농업 전문가 남시정’으로 자리매김했다. 강동구민대상을 비롯해 서울시 도시농업 관련 각종 아이디어 상을 휩쓸었다.
올해도 폐원목을 활용한 베란다텃밭을 출품해 서울시로부터 아이디어 텃밭상을 받았다. “폐원목을 방수처리한 후 책장처럼 3단으로 쌓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장치를 고안했고 여기에 LED등을 달았습니다. 베란다에 볕이 잘 들지 않더라도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거지요.”
이 같은 도시농업 분야의 노하우와 애정은 남 대표가 도시농담을 이끌어 조직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귀농귀촌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농사 조언을 해준다면?
“수익부터 생각하면 실패확률이 높습니다. 상당수 귀농귀촌 교육이 모범 사례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농사는 기후, 토양 같은 다양한 변인이 존재합니다. 제일 먼저 흙, 풀과 친해져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작황이 좋지 않으면 왜 그런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지를 터득해야 합니다. 즉 잘되는 게 아니라 잘 안 되는 걸 파고 들어야 실력이 쌓입니다. 우리 텃밭에도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현지에 내려가더라도 초반 몇 년은 품삯 받으며 동네사람의 농사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당부하지요. 그래야 그 지역에 최적화된 효과적인 농사법을 배울 수 있고 땅을 알게 되니까요. 그 만큼 망할 확률도 적어집니다.”

학생 대상 텃밭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서너 번 이론 중심 교육으로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허나 씨 뿌리거나 모종 심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 아이들은 표정이 밝아지고 협업 능력이 길러집니다. 우리는 고구마 수확하고 나면 고구마 줄기를 엮어 림보게임, 단체줄넘기하며 놉니다. 왕따였던 아이기 한 학기 지나니 반 아이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걸 보고 담임도 놀라더군요. 장애학생, 어르신 대상 교육도 진행하는 데 반응이 좋습니다. 작물을 키우는 즐거움, 함께 공유하는 기쁨이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줍니다.”

도시농담의 앞으로 계획은?
8월부터 현장농부학교 가을학기를 엽니다. 씨 뿌리기, 모종, 밑거름 주기 같은 이론, 실습 교육을 진행합니다. 한편으로는 도시농업의 수익화 모델을 차근차근 구상중입니다. ‘가치’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을 보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화학비료, 농약,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3무(無)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지역 내 판로 개척 가능성을 타진중입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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