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그룹 대출금리 올리겠다"

2017-07-25 10:34:21 게재

금호타이어 상표권 압박

채권단 손실만큼 인상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료 수정안을 금호산업이 거부하면서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여신 전반에 대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채권단은 금호그룹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 강도 높은 압박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25일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상표권 사용 요율을 올려달라고 하면 채권단은 금호그룹에 빌려준 대출금에 대한 이자율을 그만큼 올리겠다"며 "채권단만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 여신에 대한 채권단의 금리 인상 압박은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에서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금호측은 금호타이어의 매각을 막으려다가 그룹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신용공여 규모는 4조1000억원이다. 그 중 단기차입금은 1조원 가량된다. 금호타이어 4451억원, 아시아나항공 2294억원, 금호홀딩스 2400억원, 금호리조트 600억원, 금호산업 271억원 등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3개월마다 롤오버(만기연장) 시켜주는 대출이 있어서 금리 인상은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금호그룹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주식매매계약 수정은 매각 결렬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상표권과 관련해 사용 요율을 0.2%(연 매출액 대비)로 하고 5년간 의무사용, 15년 추가 사용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사용 요율 0.5%에 20년 의무사용을 주장했다. 결국 채권단은 수정안을 통해 양측의 사용 요율 차이인 매출액의 0.3%를 12년 6개월간 적용, 847억원을 매각계약 종결시 금호산업에 일시 지급하기로 했다.

금호산업은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채권단이 0.3% 차이만큼의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블스타가 매년 상표권 사용료를 내라고 했다. 사용료를 채권단이 아니라 더블스타에게서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식매매계약 변경을 의미하고 채권단은 금호측이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깨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 변경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금호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은행이 먼저 대출채권에 대한 조치를 취하면 다른 채권은행들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매각 결렬시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사업이 크게 어려운 상황에서 매각마저 무산되면 회생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법정관리에 따른 손실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이 무산되면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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