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서울 은평구 도시재생

주민참여 주거환경개선, 뉴타운보다 낫네

2017-07-27 10:26:22 게재

주택·기반시설 정비, 공동체·골목경제 '부활'

융복합·사물인터넷 적용 '스마트도시' 구상

"뉴타운 광풍이 불 때도 사업자들이 쳐다보지 않던 곳이에요. 사업성이 없어서."

서울 은평구가 민선 5기 시작과 함께 '도시경관 가꾸기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서울을 휩쓸었던 뉴타운 바람마저 피해간 산동네에 공공자원을 투입해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동네 업체에 자재나 하도급을 맡겨 주택 정비·관리를 하는 새로운 유형 '두꺼비 하우징 사업'을 구상했다. 지역 중소 건설업체와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고 낡은 다가구·다세대주택이나 좁은 골목, 부족한 주차공간 등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구상이었다. 일거에 마을 전체를 철거하고 재개발을 하는 대신 점진적으로 마을을 바꾸고 주민들 정주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서울 은평구는 산새마을에 이어 불광동 향림마을과 수색동 구름다리 햇빛마을에서 또다른 도시재생 모범 만들기에 도전한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구름다리 햇빛마을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4년여만에 시범사업 마을은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받을 정도로 변화됐고 유사 사업이 확대되면서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자치 싹을 틔우다 = 첫 대상지 산새마을은 신사동 봉산자락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1960~1970년대 마포구 망원동 일대 수재민들이 이주해서 형성된 마을로 1968년 토지구획 정리사업으로 주거지역이 됐지만 이후에는 잊혀지다시피 했다. 동네 나대지는 30년간 개 사육장으로 이용돼 각종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였고 악취와 해충 등이 심각해 마을 애물단지였다.

서울시에 매달려 사업비 10억원을 확보했다. 강남지역으로 치면 아파트 한채 값 정도를 지원받아 마을 되살리기에 나선 셈이다. 나대지를 텃밭으로 만드는 작업이 우선. 몇몇 주민들이 자기 일처럼 나섰고 공무원들도 흉물스럽게 널린 쓰레기를 치우는데 소매를 걷어붙였다. 청소차를 동원해 30톤이 넘는 쓰레기를 치운 뒤에야 텃밭이 생겼다. 생각보다 속도가 나질 않았다. 김우영 구청장은 "주민간 오해와 갈등, 불신의 골이 깊었다"며 "앞장섰던 주민들 노력이 컸다"고 돌이켰다.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솔선수범해 밭을 고르고 텃밭농사 수확물을 스스로를 포함한 주민들에 판매해 농사용 물값을 충당하고 이웃에 기부했다.

오래된 도로를 새로 포장하고 위험천만한 계단과 옹벽을 정비하는 모든 과정은 동네 반상회에서 결정했다. 자연스레 주민자치 씨앗이 싹텄다. 주민들은 보도블록만 7종 이상을 사전에 살필 정도로 깐깐했다. 김 구청장은 "경사진 지역인데다 노인 인구가 많아 비가 오면 미끄럽고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자재를 정하는 재개발사업과 달리 도시재생 주체는 바로 주민"이라고 강조했다.

골목길 담장은 벽화 옷을 입었고 매주 동네 현안회의를 할 수 있는 마을회관이 생겼다. 낡은 집은 저금리 융자를 지원받아 사회적기업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수선했다. 주민들은 마을 공동텃밭에서 제철 먹거리를 생산해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마을지킴이를 구성해 야간 순찰을 돈다.

첨단기술로 마을문제 해결 = 산새마을에 이어 녹번동 산골마을, 응암1동 산골마을, 역촌동 토정마을, 불광동 수리마을, 신사2동 신사동마을도 비슷한 변신을 하고 있다. 김우영 구청장은 "열악한 정주환경 개선으로 접근했는데 사업이 마무리된 다음 특징을 발견했다"며 "도시재생은 단순히 마을 외양만 바꾸는 게 아니라 공동체 회복과 골목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불광동 향림마을과 수색동 구름다리 햇빛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모범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6개월에 걸쳐 주민설명회 마을축제를 통해 공감대를 키웠고 공동체 역량강화교육과 주민제안사업을 진행, 주민들이 도시재생 주체로 준비를 갖췄다.

특히 서울시 사회적경제 특구와 사물인터넷 실증지역 공모에 선정된 향림마을 변신이 주목된다. 주민협동조합이 텃밭을 운영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이 주택과 마을 시설 개보수와 관리를 맡는가 하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홀몸노인 돌봄과 어린이 안전통학, U-건강관리를 꾀할 예정이다. 김우영 구청장은 "4차 산업혁명 연구개발 과제를 마을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자살률 청소년범죄를 줄이고 주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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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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