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

서로 간의 '경계'를 넘다

2017-07-28 11:04:55 게재
켄트 너번 지음 /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1만9800원

"조물주의 법칙은 여러 가지야. 우리 세계의 사람들은 그중 일부를 알았고, 자네 세계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일부를 알았을 뿐이라네." … '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 401페이지 중

대부분의 갈등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문제는 맹목적인 '확신'과 전문성으로 포장된 잘못된 '우월의식'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혹은 행동 하나로 타인의 인생, 혹은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걱정 따위는 애당초 없다. 그래서 무섭다.

이 책은 새, 돌 등 동물이나 사물과 교감을 나눈다는 이유로 백인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 사망한 인디언 소녀 '진트칼라 지'(노랑새라는 뜻)에 관한 이야기다.

이른바 '인디언 전문 작가'로 불리는 저자 켄트 너번은 라코타족(인디언 부족 중 하나) 원로 댄으로부터 여동생 진트칼라 진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의 짐으로만 여기던 중 오지브와족(인디언 부족 중 하나) 원로 오즈하와시코-비네시크웨의 부고를 듣게 된다. 그가 남긴 편지에는 노랑새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켄트는 이를 토대로 역사적 진실을 찾아 나선다.

인디언들을 미국 백인 문화에 동화시키기 위해서 원주민 아동을 부모 혹은 인디언 사회와 격리해 기숙학교에 수용해버리던 인디언 기숙학교 제도에 따라 진트칼라 지도 기숙사에 들어간다.

진트칼라 지는 귀와 성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큰 소리를 내는 일 외에는 말을 하지 못했고, 영어를 배울 수가 없었다. 기숙사에서는 수녀들이 말을 듣지 않는(아니 말을 들을 수 없던) 진트칼라 지를 '나쁜 아이'라며 속옷까지 벗긴 다음 물집이 생길 때까지 차디찬 난로 위에 앉혀놓거나 손가락을 못 움직일 때까지 허리띠로 손을 때렸다.

진트칼라 지와 함께 기숙사에 있던 오즈하와시코-비네시크웨가 남긴 편지에는 "우리들에게 잘해 주려던 이들도 있었지만, 내키는 데로 아무렇게나 벌을 줬다. 예닐곱 살에 불과하던 진트칼라 지를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에 집어놓고는 나무판으로 덮어버렸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켄트는 이 같은 사실을 댄에게 전하는 일을 망설인다. 오즈하와시코-비네시크웨가 댄에게 생전에 알리지 못했듯이 말이다. 이런 그에게 댄은 이렇게 말을 건넨다.

"사람은 이해력을 벗어나는 뭔가를 맞닥뜨리면 그런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라네. 겁을 집어먹고 혼란에 빠지는 거야. 우리 인디언들은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지. 백인들이 우리 땅에 들어왔을 때 똑같은 기분을 느꼈으니까." … '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 4000페이지 중

물론 이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픽션과 실제를 나누려는 노력은 무의미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와 다른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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