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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국민공론화 시도 … 효과는 미지수

2017-08-03 11:11:47 게재

29일 부산부터 11개도시 순회토론회 진행

국민개헌대표 원탁토의·TV토론 공론화 시도

문 대통령 "여론수렴 미진하다 생각 들어"

개헌공론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대토론회가 이달 29일부터 시작한다. 전국 11개 지역을 돌기로 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토론회에서 논의할 쟁점 정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후 대국민여론조사, 개헌국민대표의 원탁토의 등 11월까지 이어진다. 개헌특위는 토론이나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로 개헌안을 만들게 된다.

3일 국회 개헌특위 관계자는 "오늘 29일 부산을 시작으로 한달간 전국 11개 도시를 돌며 국민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한 11개 분야의 쟁점이 모두 정리됐다"고 말했다. 전문, 기본권, 정부형태 지방분권 등 정리된 11개 분야의 수십개 쟁점은 내주에 공개될 예정이다.

발언하는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특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헌법개정 주요 쟁점을 논의하는 국회 개헌특위 2소위원회에서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개헌특위에서 만든 쟁점들은 헌법개정의 핵심이면서 여야간 논란이 많은 것들이 총망라돼 있다. 기본권 지방분권 정부형태 등 예민한 부분들이 전국 순회 토론과정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토론회는 4명의 전문가들이 각각 2~3개의 쟁점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이에 대해 4명의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관하고 있는 일반인의 질문을 받고 발표자들이 답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이 기간 동안엔 개헌특위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개헌특위 위원들도 토론회에 참여해 국민들의 의견수렴과정을 볼 계획이다. 지역별 방송을 통한 생중계나 녹화중계는 확정되지 않았다. 전국에 전파로 전달되기 위한 공중파나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계획도 잡히지 않았다.

개헌특위 위원들은 발표자, 토론자 등 패널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선정할 것을 토론회를 주관하는 실무진에게 주문했다. 개헌특위 핵심관계자는 "각 당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꾸리긴 하지만 섭외결과에 따라 일부 쏠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빡빡한 의견수렴 일정 = 개헌특위는 활동기한 종료시점인 12월 말까지는 개헌안을 도출하려고구상하고 있다. 의견수렴절차가 빡빡하게 진행되는 이유다. 이미 국회방송을 통해 '개헌이 미래다' 좌담회 5편중 2편이 방송됐다. 이달말까지 한 주에 한 주제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한다.

이달 말부터 이뤄질 국민대토론회에 이어 다음달에는 국민개헌 자유발언대가 설치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누구든 개헌과 관련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의견개진을 위한 별도의 홈페이지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10월엔 개헌국민대표 5000명이 선발돼 4차례의 원탁토의가 진행된다. 11월초로 예정돼 있는 대국민여론조사는 20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위와 자문위의 힘겨루기? = 개헌특위와 함께 논의의 장으로 만들어진 게 자문위다. 자문위는 80개 사회단체와 기관에서 추천받은 296명 중에서 53명을 선임해 구성됐다. 시민단체 교수 전 국회의장 등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자문위는 자체 의견뿐만 아니라 특위에서 쟁점이 됐거나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분석과 선택지를 제공해왔다.

자문위에서는 "자문위는 필요한 경우 자문위원을 추천한 사회단체와 기관은 물론 관련 사회단체나 전문가와 연계를 맺고 그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 상향식 의견수렴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36명의 특위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헌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분야별로 특위 위원과 자문위원이 공동으로 논의해 개헌 초안을 기초하고, 분야별 초안을 전체적으로 조정하고, 특위 전체회의에서 개헌특위의 개헌 초안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원기 공동자문위원장은 '개헌이 미래다' 토론에서 "자문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어 정파성이 가장 옅다"면서 "자문위에서 개헌안을 만드는 게 어떠냐"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참여 정도에 대한 논란 = 개헌특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민참여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범국민적 연대기구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시민단체들은 직접민주제 도입, 지방분권 등 이슈를 잡아 연대기구를 만들어놓았다. 각 연대기구에서 논의한 결과를 한데 모아서하나의 '범국민적 개헌기구'로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다.

특위 내에서도 좀더 적극적인 국민공론화를 주문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역 공청회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청회에 오는 국민들이 얼마나 이 내용을 알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각 지역에 공청회를 가기 전에 사전에 우리가 갖고 있는 내용들을 어떤 방식으로 알릴 수 있을까 이 부분이 더 고민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개헌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만큼 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 참여를 도모해 내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개헌특위의 계획 외에)국민 참여의 방안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국민토론회나 원탁토의 결과에 대해 국회가 거부하거나 합의점 도달에 실패할 경우 국민의견수렴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고 오히려 국민적 논쟁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은 "헌법 전문 등 쟁점이 되는 사안을 국민들에게 내놓으면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의견 수렴 문제되면 대통령이 '발의' 가능성 = 국회 주도의 국민의견수렴이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설 명분을 주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민 합의를 얻어가야 하는데 국회가 그렇게 해나간다면 정부에서 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그렇지만 아직 여론 수렴 과정이 미진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국회의원과 국민의 개헌방향이 꼭 같지 않을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따라서 좀더 적극적인 여론수렴이 요구된다.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개헌을 확실히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국민이 개헌의 주체가 되어 국민이 바라는 헌법을 국민 스스로의 힘에 의해 만들어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정치권이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국민이 나서서 국민이 바라는 입장을 제시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견인해서 개헌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개헌특위의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앞으로 국민들이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면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의 의견들이 다를 때는 토론을 통해서 국민들도 자기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절차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많지 않은 시간을 거기에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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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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