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헌법

권한 커지는 국회, 국민 신뢰는 바닥

2017-08-08 11:27:40 게재

수평적 분권으로 국회로 권력 이동 불가피

예산편성권·예산검사권·인사권 확보 논의

"국민설득 위해 국회의 책임성 강화 필요"

개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국회 불신'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국회로 넘기는 방안에 국민들이 선뜻 동의해줄 것이냐는 자문에 턱 막힌 것이다.

◆세지는 국회 = 권력구조와 관련, 국회 내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중심제'와 '이원집정부제'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 내각제는 좀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모두 대통령의 권한 중 상당 부분을 국회로 옮기는 것이다. 특히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뽑는 대통령과 다수당의 당대표가 국정을 같이 운영하는 형태로 국회에 많은 권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선거구 개편 논의도 유권자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쪽에 집중되고 있다. '인구 비례'로 지역구를 나눠 한 지역구에서 대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사표를 많이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과반을 득표하지 않고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만 50여명이 나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기되는 게 '양원제', '비례대표 확대' '권역별 정당명부제' '중대선거구제'다. 이 제도들을 검토하다보면 국회의원 수를 현행 300명에서 100명 정도는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권력'이 넘어온다 = 대통령 직속으로 있던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이 국회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 직무감찰권도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감사원 자체를 국회 산하로 두자는 주장이다. '예산권 이양'도 커다란 권한이동이다. 국회에서 직접 예산안을 만들어 정부에 보내는 미국 방식을 택하자는 논의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내놓을 수 있는 헌법 개정안 발의조건도 3분의 1 등으로 낮추는 방안이 국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없이 국회의결만으로 확정할 수 있는 사항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사항을 이원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을 통합해 사면위원회와 국회 동의를 의무화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검찰총장,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조문을 헌법에 규정하자는 의견도 테이블에 올라 있다.

정종섭 개헌특위 위원 의사진행 발언│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특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헌법개정 주요 쟁점을 논의하는 국회 개헌특위 2소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국회를 믿으라고? = 국회의원이나 전문가들이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은 '국회의 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줄 수 있느냐'는 핀잔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주기적으로 조사해온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2010~2014년간 우리나라 국회에 대한 불신이 74%, 신뢰가 26%로 60개국 중 불신정도가 18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9~10월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가구방문 방식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17개 기관 중 국회 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4점 만점에 1.7점에 그쳤다.

동아시아연구원에서 2004년 2007년 2009년 2011년 2013년에 만 19세 이상 1000명 정도를 면대면방식으로 면접조사한 결과에서도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2~4점 내외에 그쳤다. 시민단체 노조 언론기관 종교단체 사법부 대기업 정부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개헌특위 공동자문위원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대통령권한을 나누면 의회가 강해진다"면서 "현재의 국회의 신뢰도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국회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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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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