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독립하니 제도개선 요구도 기지개?

2017-08-11 10:22:57 게재

'불공정 하도급' 막겠다며 소방시설공사법 개정 나서

소방공사 분리발주도 재추진 … 소방 관련업계 '기대'

사상 첫 독립 소방청 개청 이후 소방 관련 제도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방산업 관련 요구가 높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불공정 하도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소방시설공사 관련 제도다.

10일 소방청에 따르면 하도급자의 부실시공 등 법률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원도급자에게도 동일하게 물도록 하고, 과징금도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돼 있다.

이 개정안은 크게 3가지 내용이다. 우선 소방시설공사의 원도급자와 하도급자의 공동책임제다. 건축설계사무소나 종합건설회사인 원도급자도 소방시설에 대해 함께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불법 시공에 대한 과징금 상한액을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현행 3000만원으로는 큰 업체에 타격을 주기 어렵고 중대위반 사항을 바로잡기 어렵다는 이유다. 과징금 상향은 법제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원도급자가 주요 소방설비(자동화재탐지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제연) 중 하나를 반드시 시공토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는 원도급자가 소방시설을 일괄 하도급하는 중계인 역할을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이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기간은 오는 21일까지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시설업계에서 만연해 있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방시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수단인 만큼 시공자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이 소방시설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오랜 숙원이던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가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는 여러 차례 법제화가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해서다. 정부입법 2차례, 의원입법 5차례 모두 결과는 똑같았다. 현재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소방업계의 기대는 높지 않다. 지난 5월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전기·정보통신·문화재보수·소방 4개 분야를 건설공사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전기·정보통신·문화재보수 3개 분야는 건설공사와 분리발주가 각각의 법에 따라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유독 소방은 분리발주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분리발주가 의무화되면 불공정 하도급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부처간 의견조율이 안된 상태에서 법률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개청 이후 소방·구조구급 관련 제도 개선 요구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한 소방공무원복지법 개정, 소방 장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소방관리법 제정, 적극적인 구조구급 활동을 위한 119구조구급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소방청 소관 법률은 소방기본법을 포함해 모두 14개다. 하지만 조직 규모가 작고 관련 업계 또한 영세한 탓에 해묵은 숙제들이 산더미다. 소방청은 국민안전을 앞세워 이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갈 계획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 관련 제도는 다른 분야와 달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소방청이 독립청으로 출범한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해 국민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방 업계에서도 기대가 크다. 한국소방기술사협회 관계자는 "소방시설공사 관련 불법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민 안전을 보다 책임 있게 지키는 일"이라며 "소방청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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