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사업 중복타당성조사' 개선 움직임

2017-08-11 10:46:37 게재

국회 행안위 관련법 개정안 준비

기초지자체, 행안부 개선안 건의

학계 "지자체 통제정책 개정 필요"

500억원이 넘는 지자체 사업에 대한 '중복 타당성조사'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고 기초단체장들도 건의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국가재정법과 지방재정법에 근거해 비슷한 타당성조사를 2번 받도록 하고 있다.<내일신문 7월11일자 5면 참조>


일단 국회에서는 권은희(국민의당·행안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준비되고 있다. 권 의원은 "중복 타당성조사는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지자체를 옥죄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 분권이라는 헌법정신에 역행하는만큼 지방재정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법안 개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건설기술진흥법이 적용되는 기존 타당성조사와 지방재정법이 적용되는 행자부 추가 조사 사이의 '중복'을 없애는 것이다. 두 조사의 근거법령과 검토목적이 각각 다르다고 하지만 경제·사회·기술·환경 등 다수의 조사 항목이 겹쳐 있다. 비슷한 조사를 이중으로 받다보니 지자체 입장에선 행정력 낭비는 물론 평균 1억원을 훌쩍 넘는 조사 의뢰비를 추가로 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조사 시기도 손봐야 할 대목이다. 기존 조사는 사업 계획 수립 이전에 받아야 하는 반면 행자부 추가 조사는 기본 계획 수립 이후로 시기가 규정돼 있다. 비슷한 조사를 다른 시기에 진행해야 하다보니 시간과 인력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지적이다.

조사 기관의 독점을 없애는 것도 추진된다. 기존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를 포함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반면 행자부 조사는 한국지방행정원 산하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 한 곳에서만 받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안부의 조사 기관 독점 규정은 지방행정연구원의 수입 증대로 이어졌다. 내일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추가 타당성조사가 의무화된 2015년 이후 지방행정연구원이 거둬들인 조사 수익은 62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개발연구원 공투센터의 타당성조사 수수료 7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지방투심센터 설립 후 불과 2년 반 만에 국내 대표 타당성조사 기관인 KD의 실적을 따라 잡은 것이다(표 참조).

기초단체장들도 '중복 타당성조사'를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도 "지자체 청사건립사업의 경우 타당성조사를 2차례 실시하고 있다. 조사의 세부사항을 확인해본 결과 동일한 내용이어서 예산 및 행정력이 낭비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체장들은 "지방재정법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등 관련규정을 개정해 타당성조사를 수행한 사업은 전문기관이 타당성만 검증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체장들은 또 "시도 투자심사 대상사업은 시도지사가 지정한 전문기관이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행안부에 건의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내일신문 보도 이후 해명 자료를 통해 "용역기관을 지자체 임의로 선정하다보니 조사 결과가 부실해지고 예산이 낭비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타당성조사의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문조사기관에서 조사를 수행토록 했으며 지자체도 신중한 사업 추진과 재정낭비를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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