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교재는 학원 현장에서의 밀착포이다

2017-08-18 10:01:51 게재

오늘은 천직으로서 학원 일타 강사를 꿈꾸는 분들의 학원교재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혹시 파스를 써보신 적 있나요?
아픈 사람들을 위해 파스를 붙여줘 본 적 없는 사람은 파스에 밀착포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더군요. 밀착포는 비닐로 감싸져 있고 그걸 떼어내야만 파스를 제대로 상처 부위에 붙일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 밀착포를 떼어내지 않고 붙인다면 당연히 그 파스의 효능은 말 그대로 꽝이 될 공산이 커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원 강의를 진행하지만 학생과의 교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고, 감동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를 위해 무조건 웃기는 것도 문제겠지만 하품이 나는 지루한 강의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학벌로 강의하는 게 아니다”란 말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SKY 출신의 강사 분들 많습니다만 정작 수업에선 꽝인 분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쇼도 보고 강의도 듣는 것을 공부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꽤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고민할 것은 “왜 하품이 나는가?” 입니다.

이런 학원 강사들의 맹점은 강의의 관점을 강사 자신의 기준으로만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즉 강사와 청중을 이어주는 밀착포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파스의 약면이 아픈 부위에 제대로 붙지 않아서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 갈증을 감싸주지 못합니다. 사실 이것은 비단 학원 강의뿐만이 아니라 제안, 면접, 프레젠테이션, 설명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럴수록 점점 그들과는 멀어지고, 강의력도 떨어질 것입니다.

- 시간이 없으니 예전 강의 교안 그대로 하지 뭐!
- 책에 있는 내용을 발췌해서 요약하며 되겠지!
- 이런 전문지식을 넣어야 멋져 보일거야!
- 멋진 템플릿과 원 슬라이드 원 메시지로 구성하면 좋아할 거야!
- 명언이나 사자성어를 쓰면 근사해 보이겠지?
- 문재인이나 추신수의 성공 스토리를 오프닝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
- 나의 성공담 이야기를 하면 좋아할 거야!

강의에 있어서 제대로 된 밀착포는 청중의 이야기, 슬픔과 기쁨, 현장의 목소리, 이슈, 답답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끈끈한 밀착포가 학생들의 아프고 시린 환부에 잘 붙어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원 강의 현장은 절대 셀러스 마켓이 아닙니다. 완벽하게 바이어스 마켓이라 봅니다.
평생의 천직으로 강사를 꿈꾸는 분들은 틈이 나는 대로 많은 강연에 참석하고, 듣고, 보고, 느끼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스킬을 배우고 익힙니다. 하지만 남의 스킬과 요령이 실전에서는 그렇게 약효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청중에게 붙일 밀착포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학생을 생각하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파스가 가장 큰 효과를 거둘 테니까요.

학원 현장에서 밀착포란 다름 아닌 본인이 강의하는 교재를 이릅니다.
모름지기 학원 교재란 이래야 합니다.

- 무엇보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되어야만 합니다.
펼쳐보면 하품 나오는 교재들 많습니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김대중 정부시절이나 노무현 정부 시절 얘기를 하고 있거나 국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한자성어 공부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국적불명의 시의성 떨어지는 교재들이 시중에 너무 많습니다. 그게 다 학원 강사들이 게을러서 그런 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해 수능 국어과목의 불수능 운운은 학생들도 알고 모든 국어강사도 알뿐만 아니라 어머니들조차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장형화’였습니다. 문제가 거기라면 그걸 해결해주는 대안도 당연히 장형화를 대비하는 교재로 업데이트가 돼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입니다. 문법이든 비문학이든 문학이든 장형화를 대비한 교재로 수업받기를 원하는 것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이고 학원강사들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그런 교재로 수업 받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어머니들의 몫인 게 서글프지만 현실입니다. 어떻게 그걸 확인하느냐고요? 간단합니다. 그런 교재로 수업한다면 그 교재를 보여 달라고 하십시오. 만약에 준비가 돼있는 학원이라면 자신 있게 꺼내놓고 설명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불을 보듯 뻔합니다. 흔한 말로 립 서비스로만 대응할 겁니다. 그런 학원에 보내시면 학생들이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 업데이트를 위한 연구가 필수입니다.
당연하게도 선생님들끼리 세미나도 하고 협의도 하면서 뺄 건 빼고 더 넣을 거 더 넣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작업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지 않으면 모르긴 몰라도 몇 해 전 고리타분한 교재로 아이들이 수업 받는 불상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될 수 있습니다.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에 나오는 늙은 노교수의 노트는 문학 작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 가독성이 높아야 합니다.
학생들과의 밀착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독성이 뛰어나야만 합니다. 아시다시피 시중의 자습서나 참고서 등은 이미 컬러 인쇄로 현란하기 이를 데 없는데 여전히 단도 인쇄만을 고집한다면 그건 환부 있는 학생들을 위한 약효가 떨어질 게 뻔합니다.
또한 판서를 정리할 수 있고 선생님들의 핵심 강의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여백을 둬야 합니다. 뭘 안기자는 건진 몰라도 빽빽하게 문제만 있는 교재들은 아이들의 흥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 용도에 맞는 교재는 별도의 정성을 들여야만 나옵니다.
예를 들어 수학능력이 천차만별인 아이들에게 피드백 문제가 동일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흔히들 말하는 양치기의 희생양이 될게 뻔합니다. 풀지도 못 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문제를 떠안기고 우리 학원은 이렇게 많은 문제를 제공한다고 광고 소구점을 갖는다면 그건 책임을 방기하는 자세입니다. 어쩌면 학생들에 대한 또 하나의 폭력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특성에 맞게끔 맞춤형으로 피드백 해주는 정성이야말로 학생들이 바라는 가장 우선적인 돌봄일 겁니다. 말로만 그러는지 실제로 그러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체크하는 게 바로 어머니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신용과 정규 프로그램으로서의 교재가 따로따로여야만 합니다.


원종수 원장
압구정국어논술전문학원

원종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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