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2단계 개헌론' 재확인

2017-08-18 11:39:01 게재

'내년 6월 개헌'에 방점

권력구조 개편 미뤄질수도

국회와 주도권 다툼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때 반드시 개헌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권력구조나 선거구 개편 등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전문,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등 합의된 것부터 바꾸는 2단계 개헌론을 재확인했다. 이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와 다른 견해로 개헌안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17일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중앙권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개헌에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방분권 개헌, 국민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 부분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소한도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그리고 국민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권한 강화, 권력구조, 사법부 독립성 확보 등 논란이 많은 부분에 대한 개헌은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회에 설치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는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가 거의 안 돼 있고 선거구 개편을 같이 다뤄야 하는 정치개혁특위는 아직 가동도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전문가든 일반국민이든 권력구조와 선거구 개편에 대해 의견차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회 권한을 확대하는 감사원 이전, 예산법률주의 등에 대해서도 이견의 폭이 크다. 사법부 독립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이나 대법원장 선임 방법 등을 놓고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하면 제일 좋은 건데 그게 잘되지 않으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 당시까지 국민적 합의를 본 부분까지만이라도 내년 지방선거 때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기본권 강화, 지방 분권에는 크게 이의 없이 합의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것을 먼저 잘 만들어서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2단계 개헌론'을 고집하는 것은 공약으로 제시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실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시기에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며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시기에 그때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을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석달전 "제가 한 말에 대해서 강박감을 가질 정도로 책임의식 갖고 있다. 내년 6월 반드시 대선 공약대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개헌안 마련을 국회에서 권력구조와 선거구 개편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은 국회에만 맡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주권적인 개헌방안을 마련하면 받아들이겠지만 만약 국회의 개헌특위에서 충분히 국민주권적인 개헌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정부가 그때까지의 국회의 개헌특위의 논의사항들을 이어받아서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개헌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5월에도 "국회가 국민 합의를 얻어간다면 정부에서 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다"면서 "아직 여론 수렴 과정이 미진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국회의원과 국민의 개헌방향이 꼭 같지 않을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개헌특위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면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의견을 개헌특위에 내놓으면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의 주도권은 국회가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대통령과 국회가 개헌안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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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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