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1, 2

궁궐·성곽의 도시 서울 답사기

2017-08-18 10:01:23 게재
유홍준 지음 / 창비 / 각권 1만8500원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서울로 입성했다. 햇수로 25년 동안 8권을 펴냈다. 국내와 일본편 답사기에서 이번엔 서울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편 1,2권은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와 '유주학선 무주학불'을 선보였다. 과거와 현대와 미래가 공존하는 거대 도시 서울의 문화유산을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로 그려냈다. 맛깔나는 특유의 입담은 덤이다. 역사와 예술,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정보를 절묘하게 엮고 쉽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 역사를 한눈에 읽고 배울 수 있다. 오랜 세월 갈고 닦아 유려해진 문장은 생생한 현장감을 담고 있어, 독자의 눈 앞에 문화유산의 인물과 사연을 소환해내고 있다. 재미와 지식의 절묘한 균형감이 돋보인다. 유홍준의 '답사기'가 수준 높은 문화교양서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서울편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오래된 도시의 새로운 면을 담고 있다. 1권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는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핀다. 조선 건축의 아름다움,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서린 수많은 사연을 그윽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미(美)를 읽어내는 저자만의 안목에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우리 문화유산이 빛을 발한다.

저자는 종묘를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중국의 천단 등에 비견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반열에 올려놨다. 종묘에 승효상, 프랭크 게리 등 세계유명 건축가들의 감상도 덧붙였다. 정전의 월대 위에서 펼쳐지는 종묘제례의 장엄한 광경을 그린 대목에서는 왜 서울답사 시작으로 종묘를 꼽았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인다.

비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창덕궁 후원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저자의 안목은 재미가 더해진다. 한국 고유의 정원인 비원은 자연의 선을 따라 건축미를 그대로 살렸다. 부용정과 규장각, 존덕정 주변, 옥류천 일대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우리 정원 건축의 미학에 절로 눈을 뜨게 된다. 창경궁은 법궁으로 위상도 없고, 덕수궁 같은 별격도 없다. 하지만 저자에 의해 재구성된 창경궁은 어느 궁궐보다 특색 있고 매력이 넘친다. 장희빈 사건과 사도세자의 죽음 등 굵직한 역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지기 때문이다. 엄숙함과 친근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창경궁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서울편 2권 '유주학선 무주학불'은 궁궐에 집중했던 1권에서 범위를 넓혔다. 서울의 옛 경계인 한양도성, 자문 밖, 성균관, 덕수궁과 그 주변을 탐색해 들어간다. 조선 국초 계획도시로서 건설된 서울의 내력을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청와대 경호를 이유로 수십년간 일반인 출입을 금했던 북악산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개방한 내막도 공개했다.

저자는 한양도성이 시민들의 삶과 어우러져야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하문(창의문) 바깥을 일컫는 '자문밖' 답사는 한양 최고의 별서 터 진면목을 보여준다. 자문 밖 계곡에는 안평대군의 무계정사, 흥선대원군의 석파정, 반계 윤웅렬의 별서, 추사 김정희의 별서 등이 있다. 조선시대 상류층의 풍류와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덕수궁, 동관왕묘, 유교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성균관을 마지막으로 답사를 마친다. 저자는 성균관 입구 탕평비를 보고 영정조시대를 잇는 새로운 문예부흥을 일으켜야 한다고 메시지를 던진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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