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도 정부도 '대체데이터(lternative data)' 주목

2017-08-30 12:09:09 게재

내부자거래 단속 강화에 가치높은 틈새정보 몰려

사법적 판단 없어 혼란도

미국의 유명 스포츠의류 제조업체인 '언더아머'가 이달 초 발표한 실적에 많은 투자자들이 실망을 넘어 경악했다. 2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 하반기 판매목표치를 줄였다.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도 밝혔다. 올해 수익이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이같은 사실을 발표한 당일 언더아머 주가는 9% 가량 급락했고, 이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언더아머에 대한 '맞춤형 정보'를 샀던 일부 헤지펀드는 그같은 암울한 실적을 예견했을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자로 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월가 투자그룹을 고객으로 삼아 맞춤형 독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가 성황중이다. 정확한 명칭은 '대체데이터'(alternative data) 제공업체다. 이들 업체는 방대한 디지털정보를 저인망식으로 훑어 분석한 뒤 투자그룹에 판매한다. 유용한 시장 정보를 독점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대체데이터 제공업체들은 개인이나 기업, 정부 등이 활동하면서 무심코 내뿜는 '디지털 배기가스'(digital exhaust)를 그러모은 뒤 가치있는 정보로 바꾼다. FT는 "언더아머의 추락 단서는 홈페이지 구인 공지의 감소, 회사나 대표에 대해 내부직원들이 평가하도록 만든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 등에서의 점수, 언더아머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 하락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월가 투자자들이 점차 대체데이터의 무궁무진함에 눈뜨고 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에서 정보이삭 줍기 = 대체데이터 제공업체들은 주로 공개사이트를 통해 가치있는 정보를 모은다. 항공사와 호텔 등과 관련된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와 사용자 후기, 여행정보제공 어플 '익스피디아'나 '프라이스라인' 등을 통한 예약현황 등이다. 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소비자의 평가와 트렌드를 읽는 데 유용한 곳이다.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계속 규모가 커지는 정보세계에 접근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업무에 대처해야 한다"며 "그같은 업무를 소홀히하는 곳은 빠르게 변화하는 투자환경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개인과 기업, 정부의 온라인 활동은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스마트폰은 위치를 남기고, 이메일과 온라인 상품 구입도 어딘가에 자취를 드러낸다. 기업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풀어놓는다. 심지어 지방정부나 중앙정부 역시 많은 활동을 디지털 형식으로 공개한다.

대체데이터 제공업체들은 '빅데이터'를 그러모은다. 지리적 위치정보에서 소비자 트렌드, 의미분석 등 모든 정보를 모은다. 그리고 이를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꾼다. 월가 투자그룹들은 일상적으로 제공되는 보도자료나 실적보고서 등 전통적 정보 이외의 영역을 종종 기웃거린다. 모두의 정보가 아닌 자신만의 정보를 가져야 투자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투자그룹은 '대체데이터가 자본시장산업의 미래를 지탱할 것'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시장정보기업인 '탭그룹'은 대체데이터 산업이 향후 5년 내 연매출 4억달러로 현재보다 2배 늘 것이라고 추산한다.

하지만 정보제공 산업엔 본질적으로 담장 위를 걷는 아슬아슬함이 있다. 탈규제적 본성 때문이다. 월가 투자그룹들은 공개정보라 여겨졌던 것이 실상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 그같은 정보를 독점적으로 제공받았다가 향후 사법적 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신용카드 추적 = 헤지펀드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데이터는 소비자가 돈을 어디에 쓰는지 직접 알려주는 정보다. 따라서 신용카드 업체는 이들에게 중요한 '금맥'이다. 판매 트렌드에 대한 단편적 시각을 제공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다른 자료뭉치와 결합하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귀한 정보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월가 내부자거래 수사로 이름을 날렸던 전직 연방검사 조너선 스트리터는 "대체데이터 부문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고 말했다. 현재 뉴욕 소재 로펌 '데커트'에 소속된 변호사인 그는 고객들에게 '어떤 정보가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 금융정보인지'에 대해 자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아직 대체데이터와 관련한 사법적 판단이 없지만, 모든 투자자들이 조만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방검찰도 법리를 따져보길 원한다"며 "대체데이터는 뜨거운 감자로, 현재 많은 고객들이 대체데이터의 적법성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내부자거래가 적발돼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헤지펀드 SAC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한 임원은 최근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도구로서 '빅데이터'를 칭송한 바 있다. 

자산운용사 '포인트72'의 최고시장정보관리자인 매튜 그러네이드는 최근 런던정경대에서 열린 대체투자 강연에서 "우리 회사는 매일 8000만건의 신용카드 거래 내역을 검토한다"고 자랑했다. 주차장을 촬영한 위성항공 사진과 스마트폰을 통해 얻은 지리적 위치정보를 신용카드 정보와 결합시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특정업체를 방문하는지' 등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공식 발표 훨씬 전에 해당 회사의 실적을 파악할 수 있다고 포인트72측은 강조했다. 

강연을 듣던 런던정경대의 한 학생이 '모두가 동일한 정보에 접근한다면 그같은 정보가 어떻게 포인트72에 도움이 되는가' 묻자 그러네이드는 "대체데이터 영역의 위대한 점은 그같은 정보를 접하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리적 위치정보 = 스마트폰은 위치정보 서비스를 통해 지도나 날씨 관련 기능을 제공한다. 이 덕분에 스마트폰 사업자는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금세 파악 가능하다. 위치정보는 특정 개인이 어떤 가게, 호텔, 식당을 이용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매우 높다.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단서를 찾아헤매는 헤지펀드들에겐 또 다른 '금맥'이다. 

헤지펀드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빠른,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 때문에 기업 오너나 대표에게 값비싼 저녁을 대접하면서 사업실적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부자거래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강화되면면서 그같은 만남은 줄어들었다. 대신 대체데이터가 은밀한 만남을 '대체'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매일매일 생산되는 방대한 디지털정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전 세계 에10억개의 웹사이트, 10조개의 개인별 웹페이지가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정보량은 500엑사바이트(5000억기가바이트)다. 매년 1억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새로 생긴다. 

이 때문에 대체정보 제공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쓸 만한 것을 모아 가공한 뒤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이들 업체는 어플리케이션 장터와 통신사, 신용카드사, 소셜미디어사이트 등 정보생산자측,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정보매수자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대체데이터 제공업체인 '얼터너티브데이터인사이더'는 대체데이터 분야에 100개 이상의 기업이 활동한다고 추산한다. 이들 기업은 정보수집과 가공 판매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등의 경제활동에 대한 단서를 좇는 인공위성 사진촬영업체 '스페이스노우'는 올해 투자자들로부터 400만달러를 받았다. 인공지능(AI)을 통해 각국 중앙은행장의 연설과 성명서 등을 분석한 뒤 매매가능한 정보로 전환시켜 판매하는 의미분석기업 '프래틀'은 330만달러를 모금했다. 

◆인공위성 촬영사진 = 지난 수십년 특정 지역의 쇼핑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지를 알기 위해서, 특정 농지의 보리수확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은 말단 수습직원을 직접 파견했다. 하지만 이제 그같은 정보는 인공위성 자료를 통해 종합적이고 자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컨설팅업체인 '그리니치어소이에이츠'는 최근 동향보고서에서 "대체데이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대체적' 성격을 띠겠지만, 결국에는 금융투자사업의 핵심 도구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지펀드나 대체데이터 제공업체들이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는 데에 불법적 활동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정보사업분야는 감독당국이나 사법당국이 특별히 눈여겨 보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역시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일부 대체데이터 사업자가 소송을 부를 수 있는 개인식별 정보를 걸러내는 데 소홀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수 헤지펀드는 투자결정에 참고하기 전 자료를 선별하는 자체 내부팀을 꾸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감독당국의 조사를 환영한다고 말한다. 합·불법 경계를 확실히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FT에 "미국 서부개척 시대와 비슷한 상황으로, 조만간 당국의 관리와 감독 영역에 편입될 것"이라며 "대체데이터에 대한 법적 의견은 매우 다양하다. 아직까지 명확한 의견을 낸 곳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대체데이터에 대한 확실한 견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판단 시급 = 헤지펀드들이 걱정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2010년 이후 많은 헤지펀드가 사법 심판대 위에 섰다. 수십명의 트레이터와 자산관리자, 분석가 등이 '전문가네트워크' 기업이라 불리는 곳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다 기소됐다. 

과거 월가 트레이더들은 해당 산업의 트렌드 또는 해당기업을 잘 알고 있는 회사 내부자를 활용했다. 당국은 미공표 임상실험 결과 등 은밀한 정보에 손 댄 트레이더들을 사법처리했다. '비밀유지 준수의무'를 어겨 얻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기반으로 행동하면 내부자거래 규정 위반이 된다. 

특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월마트에 가는지를 알 수 있는 스마트폰 위치정보의 경우 투자자들에겐 중요한 정보로 간주된다. 그리고 만약 50곳의 헤지펀드가 그같은 정보를 독점 사용하는 비용으로 10만달러를 지불한다면, 이는 공개자료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내부자거래 규정에 걸릴 조건, 즉 '중요성' '미공개'는 충족하는 셈이다. 

하지만 데커트 로펌의 스트리터 변호사는 미공개라고 여기고 데이터를 구매한 헤지펀드에 대해 검찰이 내부자거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사안의 핵심은 AT&T나 버라이즌 등 스마트폰 정보 소유자가 스마트폰 가입고객들로부터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해도 되는지 동의를 받았냐 여부"라고 말했다. 

전직 검사 출신인 스트리터는 "약관을 보면 어딘가 매우 작은 글씨로 '버라이즌은 이용자의 자료를 팔 수 있다'는 문구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버라이즌은 대체데이터 제공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 이는 미국 법에서 의무 위반이 아니며 내부자거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대체데이터 제공업체는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법조계는 공개도메인의 웹사이트라고 해도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투자 판단용 정보의 적정성을 검사하는 기업인 '뉴데이터' 대표 레이도 리퍼스는 "독점적 제공 정보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료는 수익성 있는 상품이지만 공개적 성격은 아니다. 따라서 일부 투자자, 특히 대형 투자자들은 논란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 이를 멀리하는 모양새다. 맨그룹이나 AQR캐피털매니지먼트 등 대형 헤지펀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점적 정보는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가치나 법적 위험성을 감수할 만큼의 값어치가 없다"고 말한다. 

법조계도 고객들에게 일부 자료뭉치를 사용하는 것에 주의하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 피해는 물론 명성에 큰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체데이터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뉴욕주 법무장관 에릭 슈나이더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금융사기 수사를 벌이고 있는 슈나이더만 장관은 중요한 대체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로이터통신사가 프리미엄 독자들을 대상으로 독점 정보를 담은 기사를 제공하려던 계획을 중단토록 압력을 넣은 이도 바로 슈나이더만 장관이다. 

헤지펀드 맨그룹의 최고투자관리자인 샌디 래트리는 "적어도 한 주에 2명씩은 독점적 자료를 제공하려는 사람을 만난다"며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같은 정보를 구입한다고 해도 다른 헤지펀드와 다르게 분석해서 사용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체데이터 발굴을 향한 '골드러시'가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서부로 금을 캐러 갔던 대부분의 사람은 무일푼으로 돌아왔지만, 그같은 사실이 서부에 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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