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대기업 '저승사자') 출범

2017-09-22 11:15:27 게재

40대 국장에 54명 조직

부당행위 조사·분석도

'솜방망이' 오명 벗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체제의 재벌개혁 정책을 집행할 기업집단국이 21일 출범했다. 재벌조사를 전담하다 2005년 말 해체됐던 '조사국'의 부활이기도 하다. 조사국은 당시 대기업들로부터 '저승사자'로 불리울 정도였다. 기업집단국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재벌개혁, 공정시장'을 다룰 핵심부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힘이 실렸다는 점에서 당분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최근 공정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

대기업의 부당행위 조사는 물론 '분석 기능'까지 포괄해 대기업집단 관련 정책과제도 다룰 예정이다. 기업집단국은 일단 2019년 9월30일까지 한시조직으로 운영된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집단국은 모두 54명의 거대조직으로 이뤄졌다. 기존 기업집단과를 확대한 기업집단정책과(13명)를 비롯해 지주회사과(11명)·공시점검과(11명)·내부거래감시과(9명)·부당지원감시과(9명) 등 5개 과로 구성됐다. 공정위의 역사상 국단위 조직개편으로는 최대 규모다.

신설 기업집단국은 지금까지 관련 업무를 지휘했던 신봉삼 시장감시국장이 지휘한다. 규모는 크지만 40대 국장이 사령탑을 맡아 어느 조직보다 활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 국장은 행시 35회 출신으로 국제카르텔과장, 기업거래정책과장, 기업집단과장, 대변인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기업집단과장 시절인 2014년 7월 시행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마련을 주도, 재벌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감시국장 당시부터 부당내부거래 관련 판결을 일일이 재점검하며 세밀한 조사 전략을 준비해왔다는 후문이다. 신 국장은 "조직구성이 완료됐고 오늘부터 본격 업무를 하게 된다"면서 "대기업 실태조사 분석 결과 사익편취행위 등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집단국은 출범과 함께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이미 올해 45개 대기업이 제출한 내부거래 자료를 분석 중인 공정위는 현재 편법 승계 의혹을 사고 있는 하림그룹과 대림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담합, 부당 내부거래 등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연말까지 적어도 2개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추가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 불공정행위 조사뿐만 아니라 관련 분석과 정책개발도 주요한 역할이다. 김 위원장은 "담합을 대표적으로 하는 명백한 위법행위를 제외한 불공정행위는 시장경쟁의 제한 여부, 소비자의 후생 침해 여부 등을 살펴보는 경제분석을 거쳐야 한다"며 "조사국이라는 옛이름 대신 기업집단국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공정위에 경제분석 능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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