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경제성장률 회복 물 건너가나

2017-10-13 11:03:55 게재

정부도 "내수 회복세 약해, 대외리스크 여전" 평가

해외IB·민간연구기관 '3% 성장률 달성'에 회의적

최근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 통상현안과 북한 리스크 등 대외리스크가 여전해 한국경제 회복세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연 부총리,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IMF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회의 시작에 앞서 각국 대표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더구나 3%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건 정부와 달리, 해외IB들과 민간연구기관들은 이에 대한 회의적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다만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경제의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국제통화기금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상향조정했다.

기재부 10월 그린북 발표 = 13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소비가 조정을 받는 등 내수는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그린북에서는 최근 3개월 연속 '경기 개선 추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앞서 그린북 8월호와 9월호에서도 각각 광공업 생산과 설비 투자가 조정을 받아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특히 내수의 경우 지표는 물론 소비심리까지 최근 하락하는 추세여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장되지 못하면서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3% 성장'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입장은 여전히 '3% 성장률 가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리스크 등에도 우리 실물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3% 성장경로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 10월호를 보면 지난 8월 취업자는 기상 악화 등 특이요인으로 인해 1년 전보다 21만2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9월 중 소비자 물가는 폭염·폭우로 급등했던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전년 동월보다 2.1% 상승, 전월(8월)보다 0.5%p 하락했다. 8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전자부품 생산 증가 영향으로 0.4% 늘며 두 달 연속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0.1%)은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소비심리도 하락세 = 그러나 소매판매는 폭염에 의한 가전 매출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전달보다 1.0% 감소해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다만 9월 소비속보 지표를 보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5.8% 증가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백화점 매출도 5.0% 늘며 한 달 만에 다시 플러스로 전환했고 휘발유·경유 판매량도 9.5% 증가했다. 전달 0.3% 증가에 그쳤던 카드 국내 승인액은 8.3% 증가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사드 보복 영향으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54.7% 줄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3월 이후 7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할인점 매출액도 1.1%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7.7로 전달(109.9)보다 하락했다.

8월 중 설비 투자는 지난 6월 대규모 반도체 제조장비 도입 영향으로 전월대비 기준으로는 조정을 받고 있지만 전년동월비 기준으로는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민간연구기관 평가 인색 = 해외와 국내 민간연구기관의 전망은 시간이 갈수록 인색해지고 있다. 특히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여전히 올해 한국경제가 3%대 성장률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JP모건, 골드만삭스, 노무라, HSBC 등 9개 주요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8%로 집계됐다. 전망치는 지난 8월과 같은 수준이다.

해외IB들은 북한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지 않고 있다.

민간연구기관들은 아예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 활황세와 내수 부진 등의 요인이 뒤섞이면서 기관별 경기 진단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엘지경제연구원은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는 하반기부터 경기 상승 흐름이 다소 약해지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2.9%)보다 0.1%p 낮춘 것이다.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석달 전보다 0.2%p 낮췄다. 연구원은 올 하반기 건설투자 등이 부진해 경기회복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과 제조업 중심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했다. 피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주요 불안 요인으로 등급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줬다"면서도 "한반도에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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