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힙합의 밑바닥까지 파고들다

2017-10-27 10:15:42 게재
김봉현 지음 / 김영사 / 1만6000원

오랫동안 비주류였던 힙합의 폭발이 무서울 정도다. 어지간한 유명 가수들은 잘 나가는 힙합래퍼들과 콜라보 곡을 만들고 가장 대표적인 히트곡 제조경로 중 하나인 드라마 OST에도 힙합가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래퍼들이 가난하던 시대는 갔다. 이쯤 되면 신간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왜 나왔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슈퍼카를 끄는 래퍼가 젊은이들의 환호를 받는 ‘밀리언달러 힙합’의 시대에서 저자인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은 아마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힙합이란 무엇인가 묻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12명의 최고 래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다른 음악과는 다른 힙합의 멋은 무엇인지, 래퍼들은 힙합 속에 무엇을 녹여내는지, 힙합이 왜 이토록 젊은이들의 영혼을 뒤흔들고 있는지를 파고든다.

힙합에 대한 오해도 다룬다.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힙합에서 드러나는 ‘자기과시’ 문화다. 명품과 수퍼카를 자랑하는 가사가 누군가에게는 속시원함을 주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거부감을 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차이를 화성인과 금성인에 빗대 설명한다. “힙합의 팬들이 화성에서 왔다면 다른 사람들은 금성에서 왔다. 화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금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세속적이고 물질만능적이며 올바르지 못한 음악이다.”

돈자랑 랩의 선두주자인 도끼의 노래를 들을며 누군가는 ‘자랑’과 ‘사치’를 발견하지만 누군가는 그 바탕에 깔린 ‘철학’과 ‘남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돈자랑을 했다는 이유로 온갖 비판을 받은 도끼, 더콰이엇의 설명도 신선하다.

도끼는 "갖고 싶은 걸 가지려는 것은 '동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본인이 내키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은 가짜"라고 말한다. 더콰이엇은 “저희 이전에도 어떤 연예인은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녔지만 아닌 척 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랩을 해서 여기까지 이뤄냈다’라고 떳떳하게 보여주는 방향을 택했다. 욕을 엄청 먹었지만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우리의 욕망, 우리의 꿈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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