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두 열사 추모비, 광주시청 광장 이전

2017-11-01 10:42:09 게재

광주시, 유족과 합의

문재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서 호명했던 표정두 열사의 추모비가 공사장으로 바뀐 광주 서구 쌍촌동 옛 호남대학교 교정에서 광주시청 앞 평화광장으로 이전한다. 또 유족들이 간절히 원했던 명예 졸업장도 오는 12월 수여된다. 추모비 이전과 명예 졸업장 수여에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임우진 서구청장, 문상필 광주시의원의 노력이 컸다.

표 열사는 1983년 호남대 무역학과에 입학해 군 제대 후 1985년 3월 복학했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하면서 이듬해 4월 제적됐다. 야학 활동을 해 오던 그는 1987년 3월 6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외치며 서울 세종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분신 사망했다. 호남대 학생들은 1991년 기금을 모아 옛 쌍촌동 교정에 표 열사 추모비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추모비 건립을 반대하는 대학과 충돌이 일어났다.

어렵게 세워진 추모비는 호남대가 2015년 쌍촌동에서 광산구 서봉교정으로 완전히 옮기면서 공사장으로 변한 교정 한쪽에 2년 넘게 방치돼 유족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람들 관심에서 잊혔던 표 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5.18 37주년 기념사에서 "표정두 열사 등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싶다"고 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광주시와 시의회, 서구청은 5.18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에 화답하기 위해 표 열사 추모비 이전과 명예 졸업장 수여를 추진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호남대 졸업생인 문상필 광주시의원은 학교 측과 몇 차례 협의를 통해 명예졸업장 수여를 이끌어냈다. 호남대도 교칙까지 개정해 제적 상태인 표 열사에게 명예 졸업장을 주기로 전향적으로 결정했다. 임우진 서구청장도 잡초 속에 방치된 추모비 주변을 말끔히 정비하고 추모사업회를 오가면서 대학 측 설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추모비 이전이 문제였다. 호남대는 추모비 건립 때 발생했던 충돌사건을 의식해 현 서봉교정으로 이전을 완강히 반대했다. 광주시와 시의회, 서구청은 옛 쌍촌동 교정 인근에 있는 5.18기념공원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결국 시청 앞 평화광장으로 이전키로 최종 결정했다. 추모비 비용은 광주시와 서구청, 호남대와 추모사업회 등이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호남대는 오는 12월 7일 대학 국제회의실에서 표 열사에 대한 명예 졸업장 수여한다. 서민호 표정두 열사 추모사업회장은 "열사의 어머니께서 시청 앞 평화과장 이전을 흔쾌히 승낙하셨다"면서 "추모비 이전과 명예 졸업장 수여에 노력해 주신 윤 시장과 임 청장, 문 의원 등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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