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세계1위 흔들린다

2017-11-13 10:29:53 게재

점유율 40% 무너질 듯

일본·중국 맹추격

한국기업들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시장에서 확보한 세계 1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고, 한국 기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4년 국제해사기구(IMO)가 채택한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은 선박의 균형을 잡도록 돕는 평형수의 주입·배출 과정에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을 담고 있다.

김성태 선박평형수처리장치협회장(테크로스 전무)은 13일 "국내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최고 53%까지 올라갔지만 올해 말 40%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04년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을 채택한 후 테크로스 등 국내 기업들은 선박환경규제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활용했다. 선박은 운항 중 균형을 잡기 위해 평형수를 사용하는데, 출항지 바닷물을 배에 넣고 기항지에서 이를 배출한다. 평형수를 넣고 뺄 때 바닷물 속에 다양한 생물이 함께 움직이는데, 이로 인해 입·출항지 바다의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형수 속의 생물을 처리하는 설비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다.

선박평형수처리협회에 따르면 한국기업이 53% 점유율을 기록했을 때 전 세계 20개 기업 중 한국기업은 절반인 10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72개 기업 중 9개만 한국기업이다. 그 중 영업을 하는 곳은 5개에 불과하다. 그 사이 일본은 2개에서 8개로, 중국은 4개에서 14개로 늘었다. 선주들이 많은 그리스 노르웨이 독일 영국 미국에서도 각각 선박평형수처리장치 기업들이 나왔다.

김 회장은 "선주들이 자국 업체가 만든 장치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니까 한국기업 점유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기업들의 추격이 빠를 수 있다"며 "중국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있고, 중국에서 건조하는 해외 선주들도 배가격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 가격도 합산해서 계산하는 턴키방식으로 계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선발기업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것은 IMO에서 관련 규제를 발동하는 시점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성철 한국선급 책임검사원은 1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최로 열린 세계해운전망 국제세미나에서 "종합 국력이 좀 더 강했다면 IMO 규제 발동시점이 늦어지지 않고 선발기업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IMO는 올해 9월 8일부터 평형수관리협약을 발효했다. 협약을 채택한 후 13년이 지났다. 그나마 새롭게 만드는 선박부터 적용하고, 운항 중인 선박은 발효시점을 2022년 9월 8일에서 2년 더 늦췄다.

한편, 미국 연안경비대(USCG) 규정도 평형수 기업들의 생존을 판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선박의 50%가 운항하는 미국은 IMO 규정보다 승인절차를 까다롭게 하고(1단계. 발효 중), 환경적합성 기준도 강화한(2단계. 2019년 예정)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처음 이 규정을 통과했고, 한국은 삼성중공업과 테크로스가 내년 상반기 중 이 규정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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