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생법안에 주목한다 | ① 카톡금지법(근로기준법개정안)

퇴근후 카톡 업무지시 관행 차단

2017-11-14 11:17:02 게재

'연결되지 않을 권리' 규정

이용호 "삶의 질 높일 계기"

업무를 위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보편화 되면서 '퇴근 없는 24시간 업무' 관행이 문제시되고 있다. 업무 연장과 가중으로 스트레스가 많아져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이용호 의원(국민의당·전북 남원임실순창·사진)은 퇴근 후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업무지시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소위 카톡금지법안을 내놓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2402명 중 86.1%가 퇴근 후나 휴일에 스마트 기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다. 27.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평균 사용시간은 주당 11시간이 넘었다.

2015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업무시간 이외나 휴일에 업무를 위해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라는 권유를 받은 근로자가 29.3%였다. 이에 따라 44.0%가 수면이 줄고 여가나 문화, 교제 활동(20.9%), 가사관련 활동(18.6%), 개인관리 활동(9.6%)이 감소했다고 했다.

스마트 기기 등 SNS에 의한 노동연장은 우리나라의 너무 긴 노동시간과 맞물려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길었다.

이 의원은 개정법안을 통해 "업무 종료 이후 정당한 사유없이 전송매체를 이용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이런 경우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리는 업무 메시지 때문에 '메신저 감옥'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고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번아웃 증후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업무용 단체채팅방의 잘못된 사용관행을 개선하는 것은 근로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엘 콤리법을 시행해 기업이 매년 디지털기기 사용에 관해 근로자들과 합의하도록 강제했다.

법 취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오은경 고용노동부 근로기준혁신추진팀장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노동자의 건강권과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상시적이고 과도한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등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처벌조항이 없고 사생활침해 경계선이 모호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다. 유연·재택근무, 시차가 다른 해외와의 마케팅 등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랑스와 독일은 호출대기(휴대전화를 켜놓아야 하는 상황)를 휴식시간으로 보지만 실제 업무활동을 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며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으로 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업무시간외에 연결가능성에 대한 요건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범사례로 꼽히는 LGU+의 CEO는 지난해 4월부터 '밤10시 이후 카톡 금지'를 지시하고 어길 경우 해당 보임자 직책 해제 등 강력한 인사조치 의지를 보였다.

이 회사 최효락 인사팀장은 "초반에는 현장에서 실적관리의 부담감 때문에 실행이 미진했으나 CEO를 중심으로 실적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진심으로 현장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천명, 지금은 잘 정착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돼 있다.

['이 민생법안에 주목한다' 연재 보기]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