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던 개헌, 국회는 장기휴가

2017-11-15 11:03:14 게재

국민주도 개헌은 '뒷전'

일정 탓 틈만 나면 휴회

급하다던 개헌논의가 국회에 의해 두달 째 막혀있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며 멈춰선 것인데 내년 2월까지 합의안이 도출될 지 의문시된다. 시간을 핑계로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은 또 다시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개헌특위는 21일부터 3주간을 개헌논의 집중기간으로 잡았다. 주 2회씩 6일에 걸쳐 모든 개헌안을 꺼집어내 집중토론을 하겠다는 것이다. 130개 조문과 전문 하나하나마다 쟁점토론을 해 합의된 것은 조문화작업에 착수하고 합의되지 않은 것은 기초소위를 꾸려 재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동안 세부적인 조문에 대해 1·2소위로 나눠 진행되던 소위회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전체회의로만 진행키로 했다. 전체회의를 통해 모든 것을 공유하겠다는 것인데 실상은 소위로 나눠지면서 서로의 회의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불만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국회에 맡겨달라며 지난 1월부터 진행한 개헌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벌써 3번째 장기 휴식 중이다. 지난 대선기간 2달, 여름휴가 기간 1달, 이번 국정감사 2달을 포함하면 활동기간 10개월 중 절반인 5달을 쉬는 셈이다.

36명 개헌특위 위원들이 걸핏하면 바뀌는 것도 문제다. 새로 들어온 위원들은 개헌논의의 전 과정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월에 출범한 개헌특위 위원 절반 가까이가 바뀌었다.

논의도 이뤄진 게 없다. 지난 대선 직전 합의한 내용에서 멈춰선 상태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여야 입장만 고수하다 하세월이다.

국민이 중심이 된 개헌 논의는 점점 뒤로 후퇴하는 모양새다. 벼락치기식 개헌논의 과정 때문이다.

개헌특위 예산은 보여주기식 쇼처럼 변질되고 있다. 대부분의 예산인 41억원을 인터넷 배너, TV동영상, 모바일 이벤트, 옥외전광판, 버스광고 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인데 노출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민이 어떻게 하면 개헌의 중심에 서게 할지에 대한 생각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개헌특위 내에서도 비등한 상황이다.

50명을 뽑아놓은 개헌특위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지도 의문이다. 시민사회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조직이지만 개헌특위는 보조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보이는 탓이다.

원탁토론회도 무산된데다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한달간 진행한 국민대토론회에서도 "국민은 제외됐다"는 비판에 있다. 7월에 진행키로 한 대국민 설문조사는 서로 유리한 문구싸움에 지금껏 진행조차 못해보고 있다.

개헌의 또 다른 한 축인 정개특위도 멈춰선 상태다. 이미 늦게 출발한데다 이 또한 개헌특위와 마찬가지로 국정감사 탓에 장기 휴식 중이다.

제1야당 대표가 뜬금없이 개헌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이야기까지 내뱉고 있어 개헌 분위기는 더 싸늘해지고 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곽재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