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한 다이어트 파수꾼, 콩 발아배아

2017-11-24 10:18:51 게재
흔히들 여성이라면 일생을 두고 거쳐야 할 통과의례 중 하나로 다이어트를 꼽는다. 요즘엔 멋진 몸을 만들려는 남성들의 관심이 여성 못지않아 다이어트는 더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말을 진리처럼 믿으며 온갖 다이어트 방법을 섭렵하지만 비만 탈출은커녕 건강만 잃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최근 건강하게 살빼기를 원하는 이들이 반길만한 희소식이 있다. 건강한 다이어트에 이르는 해답은 가까운데 있었다. 바로 국내산 콩이 주인공이다.

엄밀히 말하면 콩의 씨눈인 '배아'를 발아시킨 콩 발아배아 추출물에 비만을 개선하는 탁월한 효능이 있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몸에 쌓여있는 과다한 지방을 태우는 것으로 지방은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으로 나뉜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방을 의미하는 백색지방은 우리 몸이 사용하고 남은 열량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갈색지방이 활성화 될수록 몸은 지방을 소비하는 체질로 변하고 비만으로부터 자유로운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을, 에너지를 소비하는 갈색지방으로 바꾸는 유효성분이 콩 발아배아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최초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과 건국대학교가 공동으로 한 동물실험을 보면 고지방 사료를 먹여 비만을 유도한 후 콩 발아배아 추출물을 먹인 실험동물의 체중이 먹이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23% 감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복강 지방 피부는 42%, 지방세포 크기는 45%나 줄었다. 이를 가능케 하는 콩 발아배아 추출물의 핵심성분은 콩 고유의 기능성 물질로 알려진 소야사포닌과 이소플라본이다. 콩 배아가 발아하면 발아하지 않은 상태보다 소야사포닌과 이소플라본 성분 모두 2배 이상 3배 가까이 많아졌다.

더욱이 외국산 품종보다 국산콩에 비만 개선에 효과가 있는 유효성분이 더 많았다. 국내산 콩 품종 중에서 재배 안정성이 우수하고 수확량이 많은 '대풍2호'는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된 외국산 배아보다 소야사포닌과 이소플라본이 최대 2.2배 많이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산 콩 발아배아 추출물은 현재 식약처에 등록된 다른 원료에 비해 적은 용량의 섭취만으로도 체지방 감소 효능이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물론 인체적용시험을 통한 정확한 유효농도를 설정해야겠지만 이는 일반적인 동물실험 농도를 인체적용시험 농도로 환산하는 방법을 적용한 결과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체지방 감소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를 국산으로 대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콩 발아배아 추출물의 비만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제조법을 특허등록하고 식품 관련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내년 말쯤이면 체지방 감소 효능이 있는 두유나 분말, 식품첨가물 등 콩 발아배아 추출물 제품을 시중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발아배아용 콩 품종의 생산단지가 조성되고 지역 특화작물로 키워낸다면 농가소득에도 적잖이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가 먹는 콩 가공 제품의 대부분은 온전한 콩이 그대로 사용된다. 간혹 두부나 두유에서 풍기는 콩 특유의 비린 냄새와 떫고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하는 콩 배아는 상품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일부 제품을 만들 때는 제거되기도 한다. 그 효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었던 콩 배아가 발아를 거쳐 체지방 감소 효능을 가진 건강식품으로 재탄생할 채비를 마쳤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릴 정도로 우수한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영양 면에서 으뜸이다. 우리 음식문화의 뿌리이자 전통발효 식품인 장류의 주원료로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콩이 입맛과 건강 뿐 만 아니라 다이어트까지 책임지는 파수꾼이 되고 있다. 콩은 '하나도 버릴게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허건량 농촌진흥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