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회의 바다, 우정의 동반자 남태평양

2017-11-30 11:00:46 게재
지난 2015년 제46차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에서는 연말 파리에서 개최될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제시할 PIF 회원국의 공식 입장을 놓고 정상들간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부터 섭씨 2도 내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호주 등 선진회원국과 섭씨 1.5도를 내세운 태평양도서국 진영은 한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키리바시를 위시한 도서국들이 동 기구로부터의 집단탈퇴도 불사하겠다는 강수를 두면서 '1.5도'를 공식 목표로 채택하는데 성공하였다. 도서국 대다수가 경제 전반을 공여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진풍경'과도 같은 상황이 지역 외교무대에서 연출된 것이다.

태평양도서국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시진핑 주석이 피지를 방문하여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EU는 매년 수억달러의 지원을 통해 태평양도서국 중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여 오고 있다.

지난 11월 독일 본에서 개막된 유엔기후변화협약 23차 당사국 총회 의장국은 피지였으나, 2억 유로 가량 소요되는 대규모 국제회의의 단독개최가 힘든 상황을 감안하여 독일이 개최를 지원하였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달라진 태평양도서국의 위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단일 권역으로서 태평양도서국의 협상력이 강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각종 국제선거 지지 교섭 과정에서 최근 들어 태평양도서국이 단일 후보를 지지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14표의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둘째, 경제적 가치이다. 남태평양 수역은 세계 어획량의 18%를 웃돌며, 최고가 어종인 참치의 전세계 어획량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대응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새로운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EU의 분석에 따르면 태평양지역에서의 해수온도차발전 시장만 해도 향후 30년간 4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셋째, 전략적·군사적 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과 일본의 치열한 전장이었을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 지역은 지금도 주요 위성 중계지역이자 주요국의 해양작전권역이기도 하다. 최근 북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벌여왔던 미중간 각축이 그 무대를 남태평양 도서지역에까지 넓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태평양도서국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앞서 이야기한 원양어업과 재생에너지 시장 등 경제적 측면을 우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간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중요한 우방이었던 태평양지역은 앞으로도 우리 외교의 지평 확대에 있어 중요한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께서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방문하여 이른바 '기회의 땅'인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신(新)남방정책을 주창한바 있다.

태평양도서지역은 이러한 우리 새 정부의 기조를 확장,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자, '기회의 바다'인 것이다. 태평양도서국은 그간 우리의 국제무대 진출 및 대북정책 등 주요 사안에 있어 우리를 일관되게 지지해 주고 있고, 우리의 보건의료, 교육, 기후변화 대응 등 각종 개발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오는 12월 4일부터 나흘 동안 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들을 서울에 초청하여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날로 부각되고 있는 주요 외교 파트너이자, 공동번영을 위한 블루오션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태평양도서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미래 청사진을 함께 설계할 중요한 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성인 주피지대사